캡틴 아메리카와 스파이더맨의 결투. <사자>의 클라이맥스, 용후(박서준)와 지신(우도환)의 액션신은 김주환 감독의 명확한 컨셉에서 탄생했다. 뱀의 비늘을 피부에 하나하나 붙이는 특수분장을 7시간 동안 받은 우도환이 스파이더맨이라면, 세계적인 이종격투기 선수 용후를 연기한 박서준은 캡틴 아메리카였다는 것. 슈퍼히어로물에서 착안한 밑그림을 바탕으로, CG의 힘을 빌리기보다 실제 느낌을 살린 액션은 박영식 무술감독의 솜씨다. “김주환 감독님이 지신의 공간은 또 다른 링이라고 설명했다. 지신은 악마에게 제사를 지낸 후 신체가 강화되는데, 인간의 능력치를 뛰어넘은 격투기 선수 용후와 비로소 맞붙을 수 있게 된다.” 지신의 꾐에 넘어간 부마자들의 움직임은 동물에서 많이 착안했다. 초반 안 신부(안성기)와 최 신부(최우식)가 구마 의식을 행하는 사내의 경우 ‘두꺼비’, 666마리의 악령이 들어간 호석(정지훈)은 많은 알을 까고 생명력이 강한 ‘바퀴벌레’였다. 이렇듯 명확한 이미지 컨셉이 존재하는 <사자>는 액션의 숙련도보다 캐릭터가 중요한 영화다. 지신의 클럽 바빌론을 지키던 무리를 액션팀이 아닌 실제 배우들이 연기한 것도 그 일환. 이설을 포함한 각 배우들의 매력을 살리겠다는 김주환 감독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박영식 무술감독은 반년 넘게 연기자들과 액션을 연습했다.
박영식 무술감독은 원래 육상선수를 꿈꾸다가 YMCA에서 기계체조 강사로 일했다. 당시 체조를 배우러 온 영화계 무술인들에게 함께 일해보자는 권유를 받고 심형래 감독의 <파워 킹>(1995) 스턴트로 참여한 게 첫 영화계 경력이었다. 마른 체형이라 <조폭마누라2: 돌아온 전설>(2003)의 신은경, <조폭마누라3>(2006)의 서기 등 여자배우 대역을 주로 했다는 박영식 무술감독은 <서울공략>(2005)에서 양조위와 호흡을 맞춘 이력도 있다. “대역을 많이 할 때는 마셜아트와 프리러닝을 접목한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다. 14년 전 합류한 베스트 스턴트팀은 리얼 액션을 베이스로 한다. 그렇게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을 배우게 됐다.” 무술감독으로 성장한 그는 ‘말이 되는 화려함’을 구현하고 싶다는 큰 그림을 갖고 있다. 이 키워드는 지난 5월 크랭크업한 <유체이탈자>를 비롯해 그의 다양한 차기작을 감상하는 흥미로운 힌트가 될 듯하다.
베스트 스턴트팀 명함
“일을 시작하고 대역이나 스턴트를 주로 했다. 14년 전 신재명 무술감독님의 권유로 베스트 스턴트팀에 들어왔다. 팀이 점점 커지면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가족 같은 팀원들을 믿기에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이것은 처음 팀에 들어올 때 받은 명함이다. 나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어 계속 간직하고 있다.”
영화 2019 <사자> 2018 <자전차왕 엄복동> 2017 <1987> 2017 <침묵> 2016 <더 킹> 2014 <좋은 친구들> 2012 <깡철이> 2010 <혈투> 2008 <쌍화점> 2007 <어린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