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수상한 교수> 삶의 끝에서 시작되는 진짜 인생
2019-08-14
글 : 송경원

대학교수 리차드(조니 뎁)는 완벽한 자신의 삶에 자부심을 느낀다. 부와 명예를 한손에 거머쥔 리차드의 행복은 어느 날 예정에 없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으며 산산이 부서진다. 불행은 한꺼번에 닥쳐오는 법, 딸 올리비아(오데사 영)는 커밍아웃을 하고 아내 베로니카(로즈마리 디윗)의 불륜 사실이 밝혀지자 리차드는 완벽하다고 믿었던 자신의 삶이 껍질에 불과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좌절도 잠시 리차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 후 자유롭게 살기로 결심한다. 허울을 벗어버린 리차드의 변화는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삶의 끝에서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

삶을 충실하게 보내려면 매일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 답은 알지만 실천은 어렵다. 시한부 인생의 마지막 나날이 끊임없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상한 교수>는 시한부에 교육자라는 설정을 더해 변주를 시도한다. 정해진 틀 안에서 행복을 갈망하던 리차드는 모든 걸 잃은 후에 열린 삶의 가능성을 신선하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전파한다. 자신의 죽음을 관조하는 남자가 여기저기 날카롭게 찔러대는 냉소적인 유머는 세련된 웃음과 함께 묘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단순하지 않은 리차드의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건 전적으로 배우 조니 뎁의 공이다. 드라마, 캐릭터, 심지어 감동마저 익숙한 패턴의 반복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전체적인 균형을 맞춘 조니 뎁의 원숙한 연기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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