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추천작] ② <와인스타인> <우리는 매일매일> <#여성쾌락> <마지막 무대> <의자 뺏기 놀이>
2019-08-22
글 : 장영엽 (편집장)

<와인스타인> Untouchable

우르슬라 맥팔레인 / 영국 / 2019년 / 98분 / 쟁점들: ‘룸’의 성정치

‘쟁점들’ 부문은 여성영화제가 그해 가장 뜨거운 여성주의 이슈를 선정해 관련 영화들을 상영하는 섹션이다. 올해의 주제는 ‘룸’의 성정치로, ‘룸’살롱, 단톡‘방’ 등을 통해 공고화된 남성 카르텔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와인스타인>은 전세계에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공과 몰락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수많은 오스카상과 거액의 돈을 벌어들이던 웨인스타인은, 어떻게 성범죄자로 전락하게 되었나. 영화는 웨인스타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던 이들의 증언을 비롯해 업계 관계자와 친구, 지인들이 말하는 웨인스타인의 실체를 좇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웨인스타인의 성범죄가 주변인들에게 미친 영향이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로서 상처를 딛고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를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인 피해자들의 인터뷰는 성범죄가 사회에 남긴 생채기를 확인하게 한다.

<우리는 매일매일> Us, Day by Day

강유가람 / 한국 / 2019년 / 85분 / 한국장편경쟁

최근 몇년 새 여성들이 야기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페미니스트이자 영화감독인 강유가람 감독은 자문한다. ‘나는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페미니스트로서 어떤 역할을 해내고 있는걸까?’ 그리고 함께 여성운동을 했던 친구들을 찾아가 답을 구하려 한다. <우리는 매일매일>은 30, 40대 한국 페미니스트들의 현재와 그들의 고민을 조명한다. 20대 때 세상을 바꾸겠다는 일념으로 여성운동에 헌신했던 이들의 삶의 방향은 달라져 있다. 여성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은 자신의 삶에서 여성주의의 실천을 고민하고, 더불어 ‘오래’ 잘 사는 삶을 꿈꾸는 페미니스트들이다. 영화는 페미니즘의 형태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여성들이 ‘매일매일’ 실천하는 많은 것들이야말로 그 자체로 의미 있음을 전한다.

<#여성쾌락> #Female Pleasure

바버라 밀러 / 스위스, 독일 / 2018년 / 97분 / 새로운 물결

현대사회는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집착한다. 성적 매력의 대상으로서 여성의 모습은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든지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 성에 대한 담론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배제되어왔다. 여성들은 왜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고, 자신의 성적 쾌락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게 된 걸까? 이 다큐멘터리는 세계 각국에서 살아가는 다섯 여성을 좇으며 가부장제 사회가 오랜 시간 여성의 성을 어떤 방식으로 억압해왔는지를 이야기한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해야 했던 미국의 유대인 여성(데보라 펠드만),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이 일어나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인도 사회의 여성(비티카 야다브), 수도원에서 신부에게 성폭행당했지만 교회의 침묵에 좌절한 독일 여성(도리스 바그너), 버자이너에 대한 사회적 침묵을 깨고자 3D 프린팅으로 자신의 질을 재현했으나 음란죄로 법정에 선 일본 여성(로쿠데나시코), 아프리카 대륙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할례의 부당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소말리아 출신 영국 여성(레일라 후세인)의 사연이 펼쳐진다. 이들의 경험담은 자신의 몸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길 강요 받았던 여성들의 오랜 억압의 역사를 주지시키는 한편, 변화를 위한 한 걸음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

<마지막 무대> The Last Stage

반다 야쿠보프스카 / 폴란드 / 1948년 / 111분 / 폴란드 여성영화의 힘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올해 폴란드와 한국의 수교 30주년을 맞아 폴란드의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AMI)과 함께하는 ‘폴란드 여성영화의 힘’ 섹션을 마련했다. 한국에서 최초로 공식 상영되는 <마지막 무대>는 그중 한편이다. 이 작품은 홀로 코스트 영화로 유명한 폴란드영화계의 대모, 반다 야쿠보프스카의 대표작이다. 폴란드 사회주의 당원으로 나치에 저항하던 야쿠보프스카는 게슈타포에 체포된 뒤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내졌다. <마지막 무대>는 그러한 감독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된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수용소에서 아이를 낳은 뒤 죽은 사람을 산모로 둔갑시켜 가까스로 살아난 여성부터 하나밖에 없는 백신을 맞기 위해 서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들의 비극적인 사연까지, <마지막 무대>는 지금까지 홀로코스트 영화에서 종종 소외되어왔던 여성들에게도 다종다양한 서사가 있었음을 알린다. 오케스트라 단원, 통역사, 의사, 감독관 등 비극의 현장에서 저마다의 역할로 존재하는 동시에 함께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했던 여성들의 결연한 의지가 마음을 울린다.

<의자 뺏기 놀이> The Chair’s Game

루치아 키알라 / 독일 / 2018년 / 119분 / 새로운 물결

앨리스는 베를린에 사는 39살 여성이다. “몇몇 클라이언트와 일하는 프리랜서 카피라이터이자 온라인 에디터.” 공적인 자리에서 앨리스가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이지만 그가 처한 상황은 설명과 꽤 다르다. 고정적인 일자리가 없는 그는 끊임없이 구직 활동을 이어가지만 채용 담당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앨리스를 뽑지 않는다. 구직자의 채용 활동을 돕는 기관에선 면접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고리타분한 매뉴얼만 가르칠 뿐이다.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앨리스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긴다. 난방이 끊기고, 계좌 잔고가 줄어든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삶을 힘들게 하는건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자존감을 점점 잃어간다는 것이다. <의자 뺏기 놀이>는 여러모로 한국영화 <소공녀>를 떠올리게 한다. 다른 사람의 의자를 뺏지 않는다면 영영 안정을 찾을 수 없는 무한 경쟁의 자본주의 사회,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마땅할 권리를 점점 잃어가는 한 여성의 초상이 현실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한 필치로 그려진다. 제노바 출신의 배우 루치아 키알라의 장편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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