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올해로 서른이다. 1990년생 배우들의 나이가 마침 서른의 과녁에 맞춰졌다는 건, 2019년 올해가 그들 자신에게도 조금 특별한 시점이란 의미다. 당장 체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어느새 인생에서 가장 바쁜 한때를 보내는 중인 그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준 영화계 90라인 여성 배우 다섯을 모았다.
서예지
/ 1990년 4월 6일생 /
매력적인 저음의 소유자. 정작 본인은 낮은 목소리를 콤플렉스로 느껴 스페인어에 관심을 가졌다고. 실제로 유창한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배우 서예지는 데뷔작 시트콤 <감자별2013QR3>에서도 스페인어 연기를 수차례 선보인 바 있다. 고경표와의 현실 남매 연기도 화제가 돼 팬층을 확보했다.
2017년에는 사이비 종교 구선원에 잠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OCN 드라마 <구해줘>의 주인공으로 맹활약했다. 신도들에게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기도를 올리다 ‘방언’을 터뜨리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드라마의 어두운 분위기에 집중하기 위해 기꺼이 웃음을 포기한 채로 지냈던 서예지는 실제로 <구해줘>를 촬영하면서 우울증을 겪기도. 최근 그는 공포영화 <암전>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후 범죄영화 <양자물리학>과 미스터리 스릴러 <내일의 기억>으로 빠른 시일 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윤아
/ 1990년 5월 30일생 /
어느새 아이돌 대선배가 된 소녀시대 윤아. 그동안 <너는 내 운명>, <신데렐라 맨> 등 여러 드라마에서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아이돌 출신 배우가 짊어진 숙명처럼 그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걱정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올여름 관객몰이 중인 <엑시트>로 윤아는 세간의 우려를 싹 불식했다.
그가 맡은 캐릭터 의주는 선함과 장난기가 공존하는 실제 윤아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기 때문에 더욱 자연스러웠다는 평. 김성훈 감독의 2016년 작 <공조>에 출연할 당시에도 윤아는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그해 치러진 많은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김태리
/ 1990년 4월 24일생 /
앳된 얼굴의 김태리도 서른이다. 영화나 연기와는 친하지도 않았던 김태리는 우연히 대학 생활을 즐기고 싶어 선택한 연극 동아리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 아나운서가 되려고 언론정보학과에 진학한 그였다. 그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재미와 희열을 느꼈던 김태리는 고민 없이 그 길을 택했다. 매사 고민보다는 빠른 선택을 밀고 나가는 김태리. 그의 추진력이 다소 늦은 데뷔에도 굵직한 커리어를 쌓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1500 대 1의 경쟁률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숙희가 됐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장준환 감독의 <1987> 주연까지 꿰찼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주인공까지. <늑대소년> 감독 조성희의 차기작 <승리호> 공개도 앞뒀다. 데뷔가 늦었지만 김태리는 단번에 주연 배우로 성장하며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기 경력의 시작 단계에 불과한 김태리를 충무로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이솜
/ 1990년 1월 30일생 /
이솜의 본명 이소영은 너무 낯설다. 모델 데뷔 이래, 솜뭉치 같은 얼굴에서 착안해 활동명을 정했다는 이솜. 개성 있는 얼굴과 잘 조응한 이름이 잘 어울린다. 배우 전향 후 영화계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아온 이솜은 첫 장편영화 <맛있는 인생>에서부터 주연을 꿰찼다. 그 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푸른 소금>, <하이힐>, <마담 뺑덕> 등 다수 영화에 출연했다.
2017년 뜨거운 사랑을 받은 독립영화 <소공녀>를 통해 이솜은 각종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그 가운데 제19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과 제6회 들꽃영화상에서 트로피를 안았다. 이솜은 <소공녀>에서 먹고사는 문제에 짓눌려 취향을 포기해야 하는 젊은 세대를 대변한 캐릭터 미소를 연기해 큰 공감을 얻었다. 올해 5월에는 사회 문제를 끌어안은 착한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육상효 감독의 <나의 특별한 형제>로 관객을 찾았다.
임지연
/ 1990년 6월 23일생 /
입체적인 얼굴로 많은 가능성을 품은 임지연은 다수의 단편영화에서 활약하다가, 파격적인 노출로 화제가 된 두 편의 영화 <인간중독>, <간신>으로 대중들의 눈에 들게 됐다. 지적이 따랐던 연기력에 대한 부담은 드라마 <상류사회>의 이지이 역으로 다소 덜어냈다. 눈치는 없지만 당돌한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는 평과 함께 배우 박형식과의 로맨스 서사로 사랑을 받았다.
이후 영화 <럭키>로, 드라마 <대박>, <불어라 미풍아> 등으로 꾸준히 관객들과 만나온 임지연은 두 편의 영화 개봉을 앞뒀다. 올가을 최고의 기대작 가운데 하나인 <타짜: 원 아이드 잭>, 판타지 액션 <유체이탈자>(가제)에서 임지연의 다채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