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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유]
<벌새> 박지후 - 소녀, 날다
2019-08-29
글 : 임수연
사진 : 백종헌

"기적 같은 일." 국내 개봉도 하기 전에 전세계 영화제를 돌며 무려 25개의 상을 수상한 <벌새>의 배우 박지후의 지난 1년은 그런 시간이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당시 1천여석을 채운 관객 앞에 섰을 때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극장 조명과 카메라 하나하나까지도 기억하려고 계속 눈을 마주쳤다.” 트라이베카필름페스티벌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에 대해 “10대인 나에게 너무 과분한 상”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신인이지만, 박지후는 그를 본 관계자들이 “앞으로 더 잘될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매력의 소유자다. <벌새>로 시작한 날갯짓이 어디까지 가닿을지, 사뭇 궁금해지는 신인을 만났다.

-14살 소녀 은희는 어떤 아이일까.

=처음에는 은희가 불쌍하다고 느꼈다. 부모님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쓸쓸함과 외로움이 가슴 한구석에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평범한 아이인 것 같다.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은 나도, 내 친구들도 다 느끼는 감정이다. 당차게 할 말도 다 한다. ‘보편적인 은희’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성수대교 붕괴 사건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가 그 시대의 상흔에 접근하는 것이 큰 숙제였을 텐데.

=기사나 영상, 사진으로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실제 성수대교에 가서 이곳이 무너졌다는 상상도 해봤다. 여러 가지 일을 대입하며 그 사건을 생각하니 점점 감정이 차올랐다. 촬영 당시에는 성수대교 붕괴 사건으로 아팠던 사람들을 생각하고, <벌새> 촬영이 잘 마무리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기도했다.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왔다.

-콜라텍에서 춤추는 장면은 연기와 현실이 거의 구분되지 않더라. (웃음) 윤복희의 <여러분>을 들으며 집 안에서 몸부림치는 신도 인상적이었다.

=콜라텍 신이 <벌새>의 첫 촬영이었다. 서로 초면인데 함께 신나게 춤을 춰야 했으니, 말 그대로 비트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웃음) 나중에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어깨동무를 하고 서로 의지해가면서 찍었다. 집 안에서 방방 뛰는 신의 경우, 지문에 ‘오징어춤’이라고 써 있었다. 괜히 흐느적흐느적대는 춤을 따라해서 어색하게 될 바에야 은희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보자고 했다. 누군가는 ‘벌새’의 날갯짓 같다고, 누군가는 고통스러워 보였다고도 한다. 내 안에 있는 틀을 깬 것 같아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첫사랑 같은 한문 선생님 영지(김새벽), 그리고 또래 아이들과 관계를 맺으며 은희는 삶을 배운다. 다양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선배님의 분위기와 눈빛, 목소리 모두 그 자체가 실제 존재하는 영지 선생님 같다. 그래서 은희에게 하는 대사가 나한테 해주는 말처럼 와닿았다. 단짝 지숙 역의 박서윤 언니와는 현장에서 <쇼미더머니>처럼 랩 대결을 하며 놀았다. (웃음) 촬영 전에 롯데월드도 같이 가고 정말 친했다. 유리 역의 설혜인이랑은 살짝 수줍어하는 사이였는데, 그래서 은희와 유리의 관계랑 어울렸던 것 같다.

-학교 친구들의 반응은 어떤가.

=포털 사이트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뭔가가 나오니까 신기해한다. 그리고 평소 모습과 달리 너무 진지한 게 좀 웃기다고 한다. (웃음) 평소에는 그냥 ‘덕질’을 하는 학생이다. 엑소와 래퍼 우원재를 좋아한다. 이번 엑소 콘서트에 너무너무 가고 싶었는데 말레이시아국제영화제 일정과 겹쳐서 못 갔다. 우원재는 우연히 TV에서 랩하는 모습을 봤는데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에 반했다. 그 외에는 그냥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요즘엔 다이어리를 쓴다. 하루하루 느낀 감정을 짤막하게 적고 그 뒷장에는 지금까지 봤던 영화를 생각나는 대로 적고 있다.

-시작하는 신인으로서, 연기를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일단 많이 보고 듣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연기 위주로 영화를 많이 보고, 다른 인터뷰 기사도 많이 읽고, 또래 배우들 모습을 자주 찾아본다.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했던 김환희 언니와 (이)재인이는 연기를 너무 잘한다. 나름의 길을 걷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다. 롤모델은 한지민 배우님이다.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존경심을 갖게 됐다.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영화 2018 <벌새> 2017 <나만 없는 집>(단편) 2017 <목격자> 2017 <조작된 도시> 2016 <가려진 시간> TV 2019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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