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유열의 음악앨범> 배준수 미술감독 - 공간의 히스토리를 쌓으며
2019-09-02
글 : 이화정
사진 : 백종헌

스크린은 ‘레트로’를 어떻게 재연할까. 1994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미수(김고은)과 현우(정해인), <유열의 음악앨범>은 두 남녀가 10년 동안 만들어낸 감정의 블록버스터다. 배준수 미술감독은 두 남녀의 감정의 흐름 속 보이는 당시의 서울을 스크린에 창조해낸다. 이 작업을 두고 그는 “보이지 않는 미술”이라고 설명한다. “많은 시대극이 소품 하나로 시대 전체를 대변하려는데, 우리는 미술을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최대한 묻히도록 작업했다.” 자료조사도 많이 했는데, 그 자료 중에는 77년생으로 90년대를 자취를 하며 보낸 20대, 그 자신의 기억도 포함되어 있었다.

배준수 미술감독은 미술작업의 바탕이자 원칙으로, “좁은 미수의 방 세트까지, 촬영용이 아닌 일대일 비율 크기로 만들어 사실감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정지우 감독의 리얼함을 꼽는다. 그 원칙은 바로 “공간 하나 하에 히스토리를 쌓는 일”로 이어졌다. “미수의 제과점이 있는 오거리의 역사를 만들었다. 옆 분식집은 몇년에 개업했으니 이 정도 흔적이, 앞 세탁소의 세월의 흔적 등 시간의 흐름을 유추하고 그 흔적들을 표현하려 했다.” 이 정도면 공간 하나하나가 모두 영화의 캐릭터와 다를 바 없다. 정지우 감독의 세공술이 더해진, “요즘 접하기 힘든 정통 멜로드라마 작업”을 하면서 부쩍 보람을 더 느낀다는 배준수 미술감독은 2004년 <우리형>으로 처음 영화미술 작업을 하기까지, 조경학(현재의 환경디자인)을 전공하고 건축 시공일을 했었다. “우연히 무대미술을 하다가 영화미술을 접했는데 너무 재밌더라.” 이후 <태풍> 미술팀, <해운대> <국제시장>을 거쳐 <부라더> <사라진 밤>의 공동 미술감독으로 참여했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단독으로는 첫 작업이다. <국제시장>을 함께한 류성희 미술감독의 ‘칭찬’이 끊이지 않는 그는, 특히 ‘전공을 살린’ 오픈세트, 거리 전체, 도면 작업 등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재능을 뽐낸다. “최근 ‘아트크루’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난 0호, 같이 작업하는 팀원들에게 넘버링을 주는 거다. 그렇게 100번까지 가고 싶다.” 지속적인 작업, 연대하는 영화미술 작업을 향한 꿈이다. 90년대 현우처럼 청춘을 보내고, 이제 한국영화계 깊숙이 자리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다.

아이패드

천리안 통신과 모토로라 피처폰을 쓰던 레트로 90년대. 그 시절을 ‘재연’하는 배준수 미술감독의 손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나 아이패드가 함께했다. “도면, 세팅 플랜이 ‘뷰어’라는 앱에 다 담겨 있다. 예전에는 감독님 모니터로 다 봤다면 이제 아이패드로 앵글을 확인하고, 팀원들과 소통도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아이패드 안에 그 시대가 모두 담겨 있는 셈.

2019 <유열의 음악앨범> 미술감독 2018 <사라진 밤> 미술감독(공동) 2017 <부라더> 미술감독(공동) 2014 <국제시장> 세트감리 2010 <심야의 FM> 미술팀장 2009 <해운대> 아트디렉터 2007 <쏜다> 미술팀장 2005 <태풍> 미술팀 2004 <가족> 미술팀 2004 <우리형> 미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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