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7명의 루저클럽 멤버들. 빌 역의 제임스 맥어보이, 베벌리 역의 제시카 채스테인, 벤 역의 제이 라이언, 리치 역의 빌 헤이더, 스탠리 역의 앤디 빈, 마이크 역의 아이제이아 무스타파, 에디 역의 제임스 랜슨을 만났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인가.
=제임스 맥어보이_1편은 공포영화인 동시에 미국적인 성장담이라고 생각한다. 2편은 중년의 위기를 다루는 공포영화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이런 위기감이 더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이런 현실적인 소재를 <그것>의 문제적 문맥에 녹여냈다. 나는 실제로 영화 속 빌과 동갑인 42살인데 내가 계속해서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생각하게 됐다.
-페니와이즈를 연기한 빌 스카스가드는 촬영장에서 어땠나.
제임스 맥어보이_빌 스카스가드는 원래도 키가 큰데 페니와이즈로 분장하면 더 커 보였다. 캐릭터에 대한 빌 스카스가드의 감정적이고 육체적인 헌신은 존경스러울 정도라 배우들이 극에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촬영 초기 대본 리딩할 때였다. 다들 약간은 캐릭터에 몰입하지 않은 채 쿨하게 대본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으악!” 하고 놀라게 하는 대사를 할 때, 그는 순식간에 페니와이즈로 변해 있었다. 그는 그렇게 가장 방심한 순간에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연기에 탁월했다.
-어린 시절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었나.
=제시카 채스테인_어릴 적에 <그것> <샤이닝>을 읽은 기억이 난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심리적인 공포를 다루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루저클럽의 대부분은 안개 속을 살아온 것처럼 과거의 일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 킹의 소설 속 괴물은 어느 정도는 자신이 창조해낸다. 외로움 때문이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건 혼자서 해내지 못하는 일을 마주하게 되면 괴물이 나타나는 거다. 그런 점을 좋아했다. 페니와이즈가 특히 무서운 이유는, 광대는 어떤 점에서 순수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어둡게 느껴지는 것 같다.
-무서운 이야기를 읽고 잠 못 든 기억이 있나.
제시카 채스테인_어려서부터 공포심이 많았다. 한밤중 창밖을 보면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다. 그래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리고 내리지 못한 적도 있었다. 결국 숨이 차서 내리기는 했지만. 그리고 더 어려서는 밤중에 언니, 오빠가 잘 있는지 궁금하고 걱정돼서 둘의 방문 앞에서 지켜준다고 잠 못 잔 적도 있다. (웃음)
-벤은 외모적으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역할이다. 어떻게 준비했나.
=제이 라이언_어린 시절부터 보여지는 벤의 친절한 성격과 말투를 캐스팅 과정에서부터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전편에 출연한 아역배우들이 주위에 있다는 건 역할에 대한 레퍼런스이자 상담역으로 더없이 좋았다. 첫 영화에서 아이들이 너무 연기를 잘해준 것이 부담이라면 부담이었다.
-안드레스 무스치에티 감독에 대해 말해달라.
제이 라이언_안드레스는 만족을 모르는 감독이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쓰러질 때까지 촬영을 계속할 거다. 아르헨티나 출신이며, 바르셀로나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이 1950년대를 무대로 쓴 미국의 대중문학을 소재로 21세기에 할리우드영화를 만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안드레스에 대해 많은 것이 설명된다고 생각한다. 촬영장에서 그는 치어리더처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박수를 치면서 “한번 더”를 외치는 감독이다. 이 영화에 부담을 가진 사람은 안드레스일 것이다. 영화의 시각적인 부분을 보면 완전히 그의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아역배우들이 훌륭하게 해낸 1편을 영감 삼아 7명의 배우가 함께 짐을 나누어졌다.
-1편을 거쳐 리치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나.
=빌 헤이더_리치는 거의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냉소적이고 회의적이다. 에디를 연기한 PJ(제임스 랜슨)와 나는 이를테면 관객의 대리자로서 현장에서 관객이 생각하는 걸 말해주는 역할이다. “우리가 왜 이걸 하고 있냐?”며 투덜거리고, 관객이 ‘저기 가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할 때 “여기 가면 안 될 것 같아”라고 말하는 역할이다. 유머가 있고 때로는 속이 시원하고. 리치를 연기하는 게 재밌었다.
-안드레스 무스치에티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빌 헤이더_안드레스는 시각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감독이다. 촬영 때는 고생이었지만 결과물을 보고 그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아는 건 괜찮은 기분이다. 그리고 그는 썩 괜찮은 ‘사람’이기도 하다. 촬영장에서 배우들 각자 자신의 스턴트 분량을 소화하고 있던 날이었다. 나도 3m 정도에서 뛰어내리는 액션을 하다가 다리근육이 늘어났다. 처음엔 유일하게 스턴트 더블을 불러야 하는 배우가 되어 창피했는데, 앤디는 모든 걸 중단하고 의사를 불렀다.
-루저클럽은 한동안 떨어져 지내며 서로를 잊어간다. 그 과정에서 스탠 리는 어떤 변화를 겪나.
=앤디 빈_스탠리는 루저클럽에서도 가장 성공한 삶을 가진 어른으로 자랐다. 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자연스러운 인생이다. 결혼했고 변수가 거의 없는 사랑스럽고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조심스럽고 관용적이면서 동시에 예민한 사람으로 자랐다.
-<그것> 시리즈는 13살에서 18살 관객을 겨냥한 무서운 영화다. 그 나이대에 본 무서운 영화 중에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면.
앤디 빈_15살 즈음에 <그것>의 TV미니시리즈를 보고 무서워서 떨었던 기억이 있다. 악몽을 꾸기도 했다.
-마이크는 모두가 떠난 데리에 끝까지 남은 인물이다.
=아이제이아 무스타파_맞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보다 과거에 대해 더 많이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다른 친구들처럼 성장했다고 말해도 좋을지 아니면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이크는 루저클럽을 다시 데리로 불러들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에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도 보여준다.
-어린 시절 스티븐 킹 소설을 읽으며 자랐나.
아이제이아 무스타파_<그것: 두 번째 이야기> 촬영장에서 오디오북으로 스티븐 킹의 소설을 14편 정도 연속해서 들었다. 4개월 동안 오디오 북을 들으면서 킹의 소설이 가진 매력에 푹 빠졌다. 어떤 소설들은 상당히 어둡고 우울해서 그걸 듣고 집에 오는 날이면 죽음에 대해 보통 이상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에디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나.
=제임스 랜슨_에디는 책이나 미니시리즈 속 캐릭터와 좀 다르게 그려진 캐릭터다. 책에선 과하게 마마보이처럼 보이고 자신감 없어 보였고, 미니시리즈에서 좀 오버스러운 면이 있었다. 영화에서는 그런 과잉된 모습이 거의 없다. 내가 에디를 연기하는 데 가장 고심한 부분은 1편에서 관객이 사랑한 마법 같은 아이들의 연기를 2편에서도 이어가는 것이었다.
-2편은 과거를 극복하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과거의 트라우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제임스 랜슨_촬영장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문득 루저클럽의 누구도 아이가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과거의 경험이 그들의 삶에 끼친 영향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막 아빠가 돼서인지 그 사실이 강렬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