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을은 저녁의 냄새다. 정확한 언어로 포착할 순 없지만 공기 중에 떠다니던 바로 그 냄새를 어제 처음 맡았다. 이 냄새는 나에게 음악을 자극한다. 곧장 스마트폰을 꺼내 노래 하나를 찾았다. 권순관의 <그렇게 웃어줘>다. 이 곡, 적시해서 말하자면 ‘피아노 기반의 싱어송라이터 음악’ 정도 된다. 유희열이나 김동률의 계보를 잇는 음악이라고 보면 거의 정확하다.
소속 밴드인 노리플라이보다 훨씬 더 멜로디 지향적인 음악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글쎄, 어찌 보면 뻔한 수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렇게 웃어줘>의 진가가 드러난다. 이 곡, 전혀 진부하지 않다. “하늘 아래 이런 곡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무엇보다 권순관은 탁월한 밸런스 감각을 지닌 뮤지션이다. 피아노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결코 오버하지 않고, 다른 악기들과 환상적인 어울림을 일궈낸다. 그중에서도 3분 40초에 시작되는 브리지 부분을 꼭 언급하고 싶다. 재즈기타를 모나지 않게 툭 건드리면서 기가 막힌 변주로 곡에 품격을 더한다.
앞으로도 나는 가을이 되면 이 곡을 꺼내 들을 것이다. 나에게 이 곡은 그냥, 가을이다. 참고로, 이 곡을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와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선곡해봤다. 공히 반응 폭발이었다는 점만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