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신세계 2> 볼 수 있나요? 국내 흥행작들의 속편 제작 근황
2019-09-10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감독들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애당초 어떤 감독들의 머릿속에 구상된 이야기는 영화 한 편으로 끝날 수 없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는데, 관객들의 호응이 따른다면 금상첨화다.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 만족스러운 영화라면 자연히 속편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최근 속편 제작 소식을 알려온 <강철비>, 그리고 궁금한 관객이 많을 <신세계>를 포함해 국내 흥행작들의 속편 제작 소식을 모아봤다.

강철비 2

<강철비 2>가 나온다. 2017년 개봉한 양우석 감독의 남북 소재 영화 <강철비>는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대담한 상상력과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두 명의 철우가 그리는 일종의 버디무비. 북한의 최정예 요원 엄철우(정우성)와 남한의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가 북의 쿠데타를 기점으로 만나 대립한다. 그러나 결국은 가까워질 수 없는 둘 사이에 느슨하게 형성된 연대로 묵직한 여운을 안기는 작품이다. <강철비>는 스토리작가로 활동한 양우석 감독의 웹툰 <스틸레인>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연재 당시엔 김정일 사망 전이었으나, 김정일 사망 이후의 남북 정세를 묘사해 큰 화제를 모았다.

9월 23일 공개될 웹툰 <정상회담: 스틸레인 3>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속편 영화의 제목은 <정상회담>으로 정해졌다. 남, 북, 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정우성, 곽도원과 함께 염정아, 유연석, 류수영의 합류 소식이 전해졌다. 한편, 전편의 두 주인공이 출연하지만 <정상회담>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받는다. 정우성은 남한의 대통령 역을, 곽도원은 쿠데타를 일으킨 북한의 호위 총국장 역을 맡았다. 2020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지난 8월 27일 촬영에 돌입했다.

신세계 2

<신세계>의 등장은 시들해진 한국의 누아르 영화 시장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조직 내에 잠복한 언더커버 경찰 이자성(이정재)이 어느덧 중간 보스 자리까지 점위하고, 2인자 정청(황정민)과 친형제처럼 신뢰를 쌓아가며 정체성에 큰 혼란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사실 뼈대를 홍콩영화 <무간도>에서 상당 부분 빌려온 탓에 평단의 주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이정재, 황정민, 최민식, 박성웅 등 명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와 차진 대사들은 장르적 쾌감을 동원하기에 충분했다. “드루와”, “가기 전에 담배 한대 정도는 괜찮잖아?”, “살려는 드릴게” 등 <신세계>가 남긴 명대사는 차고 넘친다.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가였던 박훈정 감독은 <신세계>를 연출하며 단숨에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신세계> 속편 제작에 대한 이야기도 곧장 나왔다. 박훈정 감독이 <신세계>를 3부작으로 기획됐으며, 속편은 7년 전의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이 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그러나 <신세계> 개봉 이후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박훈정 감독은 <대호>, <브이아이피>, <마녀>를 만들었다. 여전히 팬들의 관심은 <신세계 2>에 대한 기대에 쏠려있다. 지난 2018년, 박훈정 감독은 한 인터뷰를 통해 다시금 <신세계 2>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현재는 애매한 상황이지만 지속적으로 <신세계 2>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면서, “언젠가 꼭 하겠다”는 것이 골자. 주연 배우들에게도 <신세계 2>는 단골 질문이다. 한 인터뷰를 통해 이정재는 “감독님이 이자성 캐릭터가 나이 든 모습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면서, “내가 늙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를린 2

2013년 개봉한 <베를린>은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등 내로라하는 국내 티켓파워 배우들을 총동원하며 눈길을 끌었다. <베를린>은 독일 베를린을 무대로 한 남북 첩보 영화로, 당시로서는 <쉬리>, <이중간첩>에 이은 세 번째 남북 소재 영화였다. 북한의 특수요원 표종성(하정우)은 무기밀매 거래에 한창이고, 남한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는 그를 추적한다. 한편, 통역관으로 일하는 표종성의 아내 련정희(전지현)가 무기밀매 정보를 흘린 스파이로 지목되고, 표종성은 아내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액션의 대가 류승완 감독의 영화답게, <베를린>은 탄탄한 액션 시퀀스와 밀도 높은 서사로 700만을 훌쩍 넘긴 관객 수를 기록했다.

흥행가도를 달리는 동안 속편 제작 가능성도 점쳐졌다. 북한으로 돌아간 표종성이 동명수(류승범)를 향한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으로 끝맺은 <베를린>의 결말만으로도 속편에 대한 암시는 충분했다.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2017년 한 인터뷰를 통해 “<베를린 2>의 시나리오를 집필 중”이라고 밝혔다. 시나리오 집필은 영화 <박열>의 각본가 황성구가 맡았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베를린 2> 제작에 대한 알려진 내용은 없다.

마녀 2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 2>보다도 <마녀 2>를 먼저 만날 가능성이 커졌다. 아직 이해관계가 조정되지 않은 <신세계>의 속편에 비해 지난해 개봉한 미스터리 액션극 <마녀>는 속편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 둘 나오는 모양새. <브이아이피>로 여성 캐릭터를 희생자로 다루는 관습적 시선에 대해 비판을 받았던 박훈정 감독이 차기작 <마녀>를 통해 회복을 시도했다. 평범한 여고생으로 살아가던 자윤(김다미)이 그를 견제하는 세력을 만나 숨겨뒀던 힘을 발휘하게 되는 복수의 영웅 서사다. 한국 영화로서는 자주 보기 힘들었던 판타지 액션을 선보여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애초 <마녀>는 ‘Part 1: The Subversion’(1부: 파괴)라는 영어 부제를 달고 발표됐다. 처음부터 속편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는 말이다. 개봉 직후 박훈정 감독은 “시리즈로 제작된 <마녀>의 속편을 원한다”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제작사와의 합의점을 찾은 현재 <마녀 2>는 시나리오 수정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2020년 중순 촬영에 돌입할 예정인 <마녀 2>는 2021년 중 개봉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전편의 결말에 등장한 의문의 캐릭터를 비롯, 숨겨진 힘을 드러낸 자윤의 활약이 이어질 후편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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