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범죄 조직 잠입 수사에 참여했던 형사 에린 벨(니콜 키드먼)은 수사 과정 중에 죽음을 맞은 동료이자 연인 크리스(세바스천 스탠)에 대한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날마다 술에 취해 보내고 비행을 일삼는 딸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던 에린은 어느 날 발생한 살인사건 현장에서 보라색 잉크가 묻은 100달러 지폐를 발견한다. 곧이어 그에게 같은 모양의 지폐가 배송되고, 에린은 과거 자신이 잠입했던 조직의 보스인 사일러스(토비 켑벨)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복수를 위해 그는 혼자 사일러스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어 제대로 된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형사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폭력을 가하는 에린이 혼자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수사를 벌이는 이 영화는 이전 세대의 누아르와 경찰물의 영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영화는 익숙한 이야기 구도를 가져오는 가운데 주인공을 여성으로 설정하면서 이 장르에 새로운 색채를 입히려 시도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탓에 캐릭터의 변화가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에린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연인과 딸을 제시하는 것 역시 에린이라는 여성 형사 캐릭터를 다소 식상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그럼에도 얼굴 전체를 분장하면서 캐릭터를 구현해내기 위해 노력한 니콜 키드먼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