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올레 tv가 가장 사랑한 배우' 조진웅 토크쇼 - 여전히, 신인의 마음으로 임한다
2019-09-18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 올레 tv 한국영화의 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올레 tv가 가장 사랑한 배우’로 선정된 배우 조진웅과 관객과의 만남이었다. 배우 조진웅이 기록한 역사가, 곧 한국영화 100년 역사를 더 풍성하게 해주었다.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로 스크린 데뷔부터 15년이 흐른 지금까지 배우 조진웅의 필모그래피 역사를 따라간 아주 특별한 만남이었다. 오는 10월, 신작 <퍼펙트맨> 개봉을 앞두고 바쁜 일정 가운데 참석한 조진웅 배우는 “아직 신인의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서 이런 자리가 쑥스럽다”고 말했지만, 현장 객석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진솔한 답변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광대’라는 말로 배우 조진웅의 철학을 설명해왔다. 최근 <광대들: 풍문조작단>을 통해 그 철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기도 했는데.

=스코어를 떠나 내겐 아주 예쁜 영화다. 조진웅도 12세 관람가 영화를 할 수 있구나를 보여준. (웃음) 배우 활동을 하면서 ‘광대’로 나를 의식하며 임한다. 거창하지는 않다. 천민의 자리에 있던 광대의 위치, 그 자리에서 관객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 부분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며 여기까지 왔다. 얼쑤! (웃음)

-스크린 데뷔작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영화배우로 벌써 15년이 지났다. 작은 역이지만 <말죽거리 잔혹사>가 오늘날 한국영화 안에서 기억되는 조진웅 역사의 시작이란 점에서 기록할 만하다.

=당시 누가 뭐 하냐고 하면 “놀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 말이 ‘나 요즘 연기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어느 날 길 가다 군대 고참을 만났는데, 그분이 지금 시나리오도 쓰고 연출부에도 있다며 굵직한 단역이 있는데 한번 해봐라 하더라. 무슨 영화냐고 물으니, <말죽거리 잔혹사>라는데 제목도 이상하고, 제작사가 ‘싸이더스’라는데 ‘사이비’인가 이런 생각도 들고. (웃음) 그런데 제작사에 가보니 권상우 배우가 지나가더라. 진짜더라. (웃음)

-그렇게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 할 시기에 스크린 연기를 시작했고, 한국영화도 조진웅이라는 배우를 얻게 됐다. 영화계에서 활동하면서 본명 대신 크레딧에 ‘조진웅’이라는 가명을 썼다.

=연극 활동 할 때는 따로 이름이 있었는데 영화를 하면서 ‘영화배우’로 ‘광대’로 터닝포인트가 필요하겠다 싶었다. 지금 이름은 아버지 이름인데, “아버지 이름을 좀 빌릴게요”라고 했더니, “가져갈 게 없어서 내 이름까지 가져가냐” 하시더라.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내 이름을 다시 찾아야지. 카드 한도를 본인이 조정하시면서 로열티를 톡톡히 챙기시더라. (웃음)

-드라마 <추노>의 한섬, <국가대표>(2009)의 해설자 등을 하면서, 개성 있는 캐릭터로 이름에 앞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저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누구지?’ 하는 궁금증도 그때부터 생겼다.

=<국가대표> 제작사 케이엠컬쳐 건물에 소속사가 세 들어 있었다. 출연하면 세를 깎아준다는 말에…. (웃음) 그보다 영화가 너무 좋았다. 김용화 감독님 현장에서의 열정이 대단하셔서 나도 저절로 따라가지더라. 6~7시간을 내리 촬영하는데, 연기가 아니라 신명나는 굿 한판을 한 것처럼 작업이 즐거웠다.

-코믹한 모습에 이어 배우 조진웅의 국면전환을 한 작품으로 <끝까지 간다>(2013)의 박창민 역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영화 최고의 등장 신으로 꼽아야 할 순간이자 연기였다. 말 그대로 ‘끝까지 가는’ 잊을 수 없는 악역 연기였다.

=영화 보면 57분여 만에 내가 등장한다. 원래대로 가면 긴장이 덜하겠다는 생각에 스탭들에게 “재밌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했다. 배우가 이렇게 현장에서 딴죽을 거니 같이 출연한 선배가 처음엔 “아, 조진웅 안 되겠다” 하셨다가 나중엔 내 마음을 이해해주셨다. (웃음) 그때나 지금이나 대사가 걸리면 말이 안 나온다. 마찰이 생기더라도 의견을 피력하고 같이 만들어나가려 한다.

-원칙은 철저하게, 하지만 작품 선택 때는 ‘사람’이 앞선다. 그렇게 윤종빈 감독을 ‘믿고’ 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군도: 민란의 시대>(2014), <공작>(2018)은 한국 장르영화의 기억할 만한 작품으로 남았다.

=윤종빈 감독은 ‘같이하자’ 이런 이야기도 안 한다. 그냥 “<군도>” 한다. 그리고 다음에 “이번 제목은 <공작>” 이런 식이다. 그럼 “알았다” 하고한다. (웃음) 작품을 고르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기준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영화 하는 게 내겐 큰 기쁨이다. 물론 이렇게 시작한 작품이 쉽지는 않다. (웃음) <공작>을 막상 한다고 했는데, 대사가, 대사가 어찌나 많은지. 그래도 이렇게 어려운 장면을 해결하고 나면 하나의 산을 넘었다는 쾌감 같은 게 전달된다. 그게 또 배우한테는 기쁨이다.

-사극 장르에서 배우 조진웅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명량>(2014), <암살>(2015), <대장 김창수>(2017)에서 실존 인물 연기로 관객과 만났다.

=김한민 감독님이 <명량>을 한다며 사무실에 부르길래 “어떤 연기라도 내 한몫을 하겠다. 이런 작품이 나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데 왜장을 시키더라. (웃음) 머리를 너무 많이 밀어 그즈음 결혼식을 올려야 했는데, 하는 수 없이 가발을 쓰고 결혼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객석 질문) 사극을 많이 하셨는데,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실존 인물이 있다면.

=<대장 김창수> 제안을 받고 3년을 거절했다. 백범 김구 선생을 연기한다는 거, 그분의 의지를 배우라고 재연한다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았고 다가가지도 못하겠더라.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하게 된 건 김구 선생의 이야기를 한편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삼부작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면 나도 하겠다 결심이 서더라. 그분의 청년 시절, 임시정부 시절, 그리고 시해까지. 이 삼부작을 꼭 완성시킬 거다. 이런 역할을 자꾸 하다보니 “독립운동을 하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암살> 하고나서는 “잘 모르겠다” 했는데, 지금은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한다.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되겠지만 그런 어려움 앞에서는 나서려 한다. 그렇게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

-극장뿐만 아니라 이제는 IPTV로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의 호응도 크다. IPTV가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한 지점에 대해 배우로서 한마디 해달라.

=극장에서 놓친 영화라도 확인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함께 교감할 수 있는 매체가 있다는 점이 상당히 큰 게 아닐까. 다양한 영화를 집에서 편히,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분위기, 앞으로의 한국영화에도 중요한 역할이 되기를 바란다. 배우로서 나 역시 관객에게 진정성 있는 연기로 다가가고 보답해나갈 것이다.

배우 조진웅, 이화정 <씨네21> 기자(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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