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와인스타인> 하비 웨인스타인의 몰락과 미투 운동이 촉발된 계기를 정돈된 필치로 담아낸 기록영화
2019-09-25
글 : 장영엽 (편집장)

전세계에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몰락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수많은 오스카상과 거액의 돈을 벌어들이며 25년여간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발휘하던 웨인스타인은, 어떻게 역사에 길이 남을 성범죄자로 전락하게 되었나. 영화는 웨인스타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던 이들의 증언을 비롯해 미라맥스, 웨인스타인 컴퍼니 직원 등 과거 그와 함께 일했던 업계 관계자와 기자, 프리랜스 작가 등이 말하는 웨인스타인의 실체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뉴욕 퀸스 출신의,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존재감 없는 소년이었던 하비 웨인스타인은 대학 졸업 뒤 뛰어난 기획력을 무기로 영화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가 된다. 미국 독립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참신한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천재 제작자의 이면에는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는 약탈자로서의 모습이 존재하고 있었다.

<와인스타인>은 새로운 폭로에 치중하기보다 지금껏 두려움에 사로잡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목격자들의 증언을 충실히 담아낸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모습을 편집 없이 긴 호흡으로 담아낸 화면은 그들의 상처가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성폭력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로서 이 작품의 성취는 성폭력 문제를 방관했던 이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늘 가십의 희생양이 되는 현실을 날카롭게 짚어낸다는 점일 것이다. 더불어 영화는 여전히 성폭력 혐의를 부인하고 재기를 노리는 웨인스타인의 모습을 비추며 그를 둘러싼 논란은 가해자가 업계에서 완전히 퇴출되기까지 현재진행형일 것임을 암시한다. 하비 웨인스타인의 몰락과 미투 운동이 촉발된 계기를 정돈된 필치로 담아낸 기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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