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애월> 제주의 햇볕으로 상처를 보듬는다
2019-09-25
글 : 김현수

한 사람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오랜 애도의 여정을 제주를 배경으로 담았다. 라이브바의 밴드 멤버인 철이(이천희)는 경기 악화로 가게들이 하나둘씩 폐업하자 음악 작업을 잠시 내려놓고 제주도로 향한다. 제주 애월은 철이의 친구 수현이 오토바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곳으로, 이후 수현의 연인 소월(김혜나)이 남아 홀로 살아가고 있다. 영화는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화 개발 속에서도 여유로움과 소박함을 지키고 살아가려는 사람들 틈에 두 인물을 놓아두면서 제주의 햇볕으로 상처를 보듬는다. 특히 철이의 감각을 새롭게 일깨우는 것은 낚시다. 기대 없이 낚싯대를 던졌다가 돌연 입질이 시작되면 흥분이 닥쳐오는 것처럼, 대도시에서 살아온 철이에게 제주는 예기치 못한 일상의 활력소를 축복처럼 던진다. 혜나를 짝사랑하는 한의사(박철민)를 비롯해 서로 경계하던 마을 남자들과 조금씩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도 코믹하고 온화한 정서로 영화에 웃음을 더한다. 자극적이지 않은 설정과 두 인물의 감정을 차분히 전개해나가는 분위기는 매력적이나 제주도를 로케이션으로 택해 심리적인 치유 과정을 그려낸 일군의 한국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장면 구성이나 음악 사용 면에서 관성적인 연출이 두드러지는 점 또한 배경 설정이 지닌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해 아쉬운 지점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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