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기(조진웅)는 가진 게 건강한 몸이 전부인 부산 건달이다. 허세 가득하고 철없는 모습이 시원시원하면서도 아슬아슬하다. 그는 인생 한방을 노리고 조직 보스(허준호)의 돈 7억원을 빼돌려 70억원으로 만들기 위해 주식에 투자한다. 하지만 주식 작전 일당들에게 사기를 당해 하루아침에 모두 잃는다. 그는 설상가상으로 사고를 치고 입건돼 사회봉사명령을 받는다. 그가 사회봉사를 하러 간 곳은 장수(설경구)의 병실이다. 장수는 돈, 명예 등 모든 걸 가진 전신마비 변호사로, 살 날이 두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장수는 영기에게 두달 동안 자신의 할 일을 도와주면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영기는 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장수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영기와 장수,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판이한 두 남자는 필연적으로 만나야 하는 운명이다. 그러다보니 영기가 장수의 병실로 가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작위적이고 덜커덕거린다. 영기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장수의 손과 발이 되어 클럽, 야구장에 가고,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스포츠카를 몰며, 부산항 앞바다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는 등 여러 추억을 함께하고, 그러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버디무비다. 정교하게 설계된 시퀀스들은 아님에도, 두 인물의 우정과 아직은 드러내지 않은 속내를 동시에 쌓아올릴 수 있는 건 설경구와 조진웅의 노련한 연기 덕분일 것이다. 설경구는 신체를 움직일 수 없는 조건에서 얼굴만으로 장수의 시한부 삶을 펼쳐내 보이고, 조진웅은 설경구를 대신해 서사를 주도적으로 끌고가는 엔진으로서 손색없다. 건장한 남자가 휠체어에 의존하는 남자를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설정은 프랑스 흥행작 <언터처블: 1%의 우정>(2012)을 연상케 한다.
다만, 영기가 자신의 조직과 갈등을 빚는 영화의 후반부는 드라마에서 누아르로 전환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