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조커> 호아킨 피닉스의 명연만으로도 필견의 영화
2019-10-02
글 : 장영엽 (편집장)

슈퍼히어로영화 역사상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 <조커>는 DC 코믹스의 대표적인 빌런, 조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저스티스 리그>와 같은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공유하지 않는 독자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쥐가 들끓는 고담시의 황폐한 풍경을 배경으로 코미디언 지망생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의 불운한 삶을 조명한다. 낡은 주택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아서는 인기 토크쇼의 진행자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을 보며 코미디언의 꿈을 키우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시도 때도 없이 웃음이 터져나오는 증상을 가진 아서는 가는 곳마다 비웃음을 사고 멸시받기 일쑤다. 그런 그를 안타깝게 여긴 동료가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때쓰라”며 건네준 총은 아서에게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준다. 첫 번째 살인 후,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던 아서는 별안간 고담시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된다. <조커>는 조커가 등장했던 DC 코믹스 기반의 영화보다 <택시 드라이버> <코미디의 왕> 같은 마틴 스코시즈의 과거작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출구 없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모멸감을 마음속에 쌓아가다가 뒤틀린 방식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광기의 남자, 조커는 자본주의사회의 사각지대 어딘가에 위치할 법한 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희비극을 넘나드는 페이소스 짙은 연기를 선보이는 호아킨 피닉스의 명연만으로도 필견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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