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주성철 편집장] 20대 관객을 찾습니다
2019-10-04
글 : 주성철

내심 <엑시트>가 천만 영화가 되길 바랐건만 941만 관객에서 그쳤다. 아깝게 천만 관객에 다다르지 못한 다른 영화들로는 970만 관객의 <검사외전>(2016), 935만 관객의 <설국열차>(2013) 등이 있다. 아무튼 그러길 바랐던 이유는 <엑시트>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다면, 한국영화 역대 박스오피스에서 유일하게 20대 주인공이 등장하는 천만 영화가 되기 때문이다. 믿기 힘들지만 1761만 관객의 <명량>(2014)부터 1008만 관객의 <기생충>(2019)에 이르기까지, 총 19편의 역대 천만 한국영화들 중 동시대를 다룬 영화에서 20대 주인공은 찾아보기 힘들다. 1174만 관객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에서 장동건과 원빈이 연기한 두 형제는 한국전쟁 당시 확실히 20대 이하일 테지만, 동시대 영화는 아니다. <암살>(2015)의 독립군과 <실미도>(2003)의 부대원들도 20대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역시 제작 시점에 있어 동시대 영화는 아니다. 이어서 ‘쌍천만’ 영화가 된 두편의 <신과 함께> 시리즈는 딱히 나이를 특정하기 곤란하다고 할 수 있다. 사극으로 가자면 <왕의 남자>(2005)는 20대 주인공 영화가 맞다. 연산군은 30살의 나이로 급사했기 때문에 믿기 힘들지만 정진영 배우는 20대의 연산군을 연기했다. 반면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광해(이병헌)는 10대 후반에 임진왜란을 겪고 30살 넘어 왕위에 올랐으니 20대가 아니다. 한국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1위 <명량>의 이순신은 명량해전 당시 53살이었고, 그를 연기한 최민식 배우 또한 출연 당시 53살이었기에 화제가 된 바 있다. 그처럼 19편의 천만 한국영화 중에 뭔가 ‘그 시대의 20대’처럼 보이는 영화 속 인물을 꼽아보라면 <극한직업>(2019)의 형사 막내 재훈(공명), <도둑들>(2012)의 역시 도둑 막내 잠파노(김수현), <기생충>의 백수 자식들인 기우(최우식)와 기정(박소담) 정도만이 떠오른다. 그런 점에서 졸업 후 몇년째 취업을 못하고 있는 용남(조정석)과 연회장 직원으로 힘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의주(임윤아), 그러니까 뭔가 우리 시대의 진짜 20대가 주인공을 맡은 영화가 <엑시트>라는 생각이 들어 응원했던 것이다. 아마도 <엑시트>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면, 유일한 천만 청춘영화라고 불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에서 내 또래 주인공의 삶을 본다는 것은 꽤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과거 한국영화가 기나긴 침체기 속에서도 그 돌파구를 찾은 것은 언제나 청춘영화들이었고, 극장을 찾는 젊은 관객의 힘이었다. 바로 지금의 주류 한국영화와 감독 세대에까지 그 흐름이 면면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한국영화 뉴웨이브의 기점이라 생각되는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의 덕배(안성기), 길남(김성찬), 춘식(이영호), 그리고 이장호 감독이 앞서 만든 대히트작 <별들의 고향>(1974)의 경아(안인숙) 모두 시대의 낭만과 고뇌와 좌절을 그대로 껴안은 20대들이었다. 그보다 앞서 한국영화 뉴웨이브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는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1975)의 병태(윤문섭)와 영자(이영옥), 영화 내내 고래를 찾아다니던 영철(하재영)은 또 어떤가. <바보들의 행진>은 개봉일 직전까지 검열에 시달리며 30분가량 삭제된 채로 개봉했음에도 극장은 인산인해를 이뤘고, 당시 천편일률적인 한국영화를 외면하던 20대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들인 영화로 기억된다. 김성훈, 임수연 기자가 열일한 이번호 특집 ‘한국영화 위기설의 실체’를 준비하며 문득 그렇게 지금의 20대 관객을 떠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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