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가 또 다른 테러 사태를 방지할 전환점이 되긴커녕 수사 요원들의 성과급과 진급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면? 바로 이같은 내용을 풍자적으로 다룬 작품이 크리스 모리스 감독의 <더 데이섈 컴>이다. 9월 27일 미국 내 한정 개봉한 <더 데이 섈 컴>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모세(마샨트 데이비스)와 그의 가족, 그리고 그를 따르는 몇몇 젊은이들이 FBI의 함정수사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모함받는 과정을 풍자적으로 그린다. 마이애미에 사는 모세는 착한 아내 비너스(대니얼 브룩스)와 어린 딸, 그를 따르는 동네 젊은이들과 함께 ‘스타 오브 식스’라는 신종교를 전파하고 있다. 가족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흑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총기 폭력을 막고, 조용히 농사를 짓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소박한 소망도 돈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FBI는 집과 신전을 빼앗긴 모세를 함정수사에 엮어 테러리스트로 몰아가고, 그때부터 예상치 못한 우스운 일들이 펼쳐진다. 이 작품을 단순히 풍자 코미디로 웃고 넘기기는 힘들다. 영화 시작의 자막처럼 “100여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반미 성향이 보이면 무기도 없고 테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더라도 FBI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테러리스트로 둔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현실을 풍자한 크리스 모리스 감독과 제시 암스트롱 각본가는 영국에서 시사 풍자 코미디로 잘 알려진 인물들이다. 때로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내부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