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여배우들의 티타임> 여배우들의 진솔한 대화를 가감 없이 담았다
2019-10-09
글 : 홍은애 (영화평론가)

<여배우들의 티타임>은 영국의 저명한 네명의 여배우 주디 덴치, 매기 스미스, 에일린 앳킨스, 조앤 플로라이트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오랜 친구인 이들은 주말에 가끔 영국의 조용한 시골에 사는 조앤 플로라이트의 집에서 만나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눈다. <노팅 힐>(1999)을 연출한 로저 미첼 감독은 네명의 대배우가 한자리에 모인 이곳을 방문한다. 정원은 촬영 준비로 분주하다. 티테이블에 앉아 있는 연기 경력 70년의 배우들은 감독에게 “왜 이런 걸 찍는 거죠? 의도가 뭐예요?”라고 묻는다. 영화는 젊은 시절의 모습이 담긴 그녀들의 흑백사진을 한장씩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감독은 ‘이들의 첫 만남에서부터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해, 배우인 남편과 같이 일한 건 어땠는지, 젊은 시절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이 들어가는 것이 어떤가?’에 대해 질문한다. 영화는 그들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간에 그들의 어린 시절 사진과 출연한 연극과 영화의 장면을 빠르게 배치한다. 이런 형식은 한명의 주인공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산만하고 혼란을 주기 쉽다. 하지만 네명의 배우들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잘 따라간다면 그들이 세월에 희미해진 기억을 끄집어내고 서로의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장면에 귀 기울이게 된다. 또한 여성으로서 살아오면서 받았던 차별과 편견에 대한 경험담에 공감한다. 이는 감독이 여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보청기가 하나 없어져 방금 말한 대화의 내용을 다시 물어보는 장면이나 시력이 나빠져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배우들의 진솔한 대화를 가감 없이 담았기 때문이다.

<여배우들의 티타임>의 네명의 배우는 모두 영국 왕실이 연기예술 공헌자에게 수여하는 훈장 2등급 데임(Dame) 작위를 받았다. 1929년생인 조앤 플로라이트 외 세 배우는 1934년생 동갑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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