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박선영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 아시아 영화인들의 소통을 위해
2019-10-14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에 새로 합류한 박선영 프로그래머는 한중일 및 메콩 5개국(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타이·베트남)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한다. 부산의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무게감은 클 수밖에 없다. 부산영화제는 ‘아시아영화의 허브’로서 아시아영화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데 주력해왔고, 아시아영화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그 일을 수행해온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의 빈자리는 후임들에게 큰 공백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의 아시아영화는 세명의 프로그래머(박선영·박성호·채보현)가 권역을 나누어 맡고 있다. “다행히 어느 한명이 책임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건 아니라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다잡고 용기낼 수 있었다. 김지석 선생님이 20여년간 뿌린 씨앗의 열매를 대신 수확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일은 출품작 리뷰, 영화 선정, 초청 등으로 이루어진다. “밤새워 영화를 보고 꿈에서도 영화를 보는 일이 반복될 때는 영화를 보는 게 제일 힘든 줄 알았는데 진짜 힘든 일은 프로그램 선정이 끝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더라.” 아시아의 좋은 영화를 경쟁부문에 월드 프리미어로 가져오기 위한 고민도 크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영화는 남들이 보기에도 좋기 때문에”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올해는 아시아의 거장 감독, 브리얀테 멘도사와 모흐센 마흐말바프 영화를 월드 프리미어로 초청할 ‘뻔’했다. 막판에 문제가 생겨 최종적으로는 멘도사의 <민다나오 섬>만 월드 프리미어로 가져오게 되었는데, 재능 있는 신인과 거장의 신작을 부산에서 최초로 선보이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상당하다.

프로그래머가 되기 전 박선영 프로그래머는 부산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팀장으로 일했고 부산영화포럼(BCF)과 한국영화 회고전의 전문위원을 역임하며 임권택 전작전 등을 진행했다.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한국영화사를 전공했고 한국의 초기 코미디영화에 관심이 많다. 더불어 여성 프로그래머로서의 역할도 고민하고 있다. 올해의 특별전 ‘아시아 여성감독 3인전’을 시작으로, “여성의 서사를 발견하고 선보이는 작업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아시아영화와 관련한 흥미로운 구상들이 박선영 프로그래머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와츠앱

“내 전화번호가 아시아의 공공재가 된 것 같다. (웃음) 심지어 내가 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사람들도 먼저 연락을 해온다. 와츠앱으로 아시아 영화인들과 밤낮없이 소통하고 있다.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소통의 도구다.”

2019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2005~2008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아카데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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