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경계선> ‘다름’은 ‘차이’일 뿐이다
2019-10-23
글 : 이화정

“남자한테 냄새가 났어요.” 출입국 세관 직원 티나(에바 멜란데르)는 후각으로 아동 포르노 영상을 찍는 범죄자를 검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여성이다. 하지만 비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남과 다른 외모는 그녀를 세상 사람들과 갈라놓는다. 동료들은 티나의 능력만 필요로 할 뿐 그녀와 어울리지 않으며, 남자친구 역시 경제적으로 그녀를 이용하려 들 뿐이다. 외롭고 단조로운 티나의 삶은, 그녀와 똑같이 닮은 보레(에로 밀로노프)가 나타나면서 급반전된다. 티나는 남과 ‘다름’은 스스로 자책하고 움츠러들 일이 아닌, ‘차이’일 뿐이라는 걸 자각해나간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한 <경계선>은 <렛 미인>(2008)의 원작과 각본을 쓴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동명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가 가진 특별한 ‘눈’을 정면으로 인지하게 해주는 장면은 ‘남과 다르게’ 인식되던 티나가 보레를 만난 후 숲으로 들어가 나누는 사랑의 행위, 그 적나라하고 과감한 묘사에 있다. ‘못나’ 보이던 티나는 풍경 속에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북유럽의 트롤 신화를 바탕으로, 편견에 사로잡힌 현실을 판타지로 승화시킨 어른들을 위한 동화. 판타지, 호러. 범죄, 스릴러가 혼합되어 있지만 이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하나의 장르는 티나와 보레의 아름다운 멜로다. 정교한 특수분장을 뚫고 나오는 에바 멜란데르와 에로 밀로노프의 연기가 이 기묘한 서사에 단단하고도 리얼한 힘을 불어넣는다.

최신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