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주성철 편집장]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2019-11-01
글 : 주성철

“한국 최초의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는 문제가 국가고시에 나온다는데, 사람들이 많이 틀린다고 한다.” 이번호 한국영화 100주년 특집 관련 인터뷰에서,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전시·공연분과 위원장으로서 광화문 축제 총연출을 맡은 양윤호 감독은 1919년에 만들어진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그만큼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의리적 구토>는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그해 10월 27일, 신파극단을 이끌던 김도산 감독이 만든 영화다. 상영 전날인 10월 26일자 신문에는 단성사의 창립자이자 경성의 유일한 조선인 극장주 박승필이 낸 영화광고가 실렸다. “조선에 활동사진극이 없어 항상 유감스럽게 여기던 바, 신파 활동사진을 거액 5천원을 투자해 경성 제일 명승지에서 촬영하여 여러분에게 선보일 것이니, 활동사진을 좋아하시는 여러분께선 보실 만한 것이올시다. 첫 조선 신파의 활동사진을 보러오세요.” 영화 제작자이기도 한 그가 당시 거액 5천원을 투자해 만든 <의리적 구토>로 인해 관객은 한 강철교, 장충단, 홍릉 등을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 그처럼 <의리적 구토>는 연극무대와 영화가 결합된 과도기적 형태의 작품이었지만, 조선인 배우가 출연하고 조선인의 인력으로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올해,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은 지난주 내내 다음 100년을 기약하기 위한 시간을 준비했고 <씨네21>이 꼼꼼히 커버했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의리적 구토> 상영 재현과 기념 음악회를 비롯해 출판, 영상, 학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영화의 역사적 시간을 기억하는 행사들이 진행됐다. 한국영화의 ‘시간’, ‘사랑’, ‘사람’, ‘꿈’을 주제로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이 스토리텔러로 나서 이야기를 들려주며, 공연 사이사이 한국의 영화감독 100명이 참여한 100초 단편영화 프로젝트 ‘100X100’을 상영하는 자리가 마련되었고, 이장호· 장미희 공동위원장, 신영균 한국배우협회 명예회장과 함께 한국영화 100년을 상징하는 사건, 기록, 물품 등을 시각적 형태의 디지털 파일로 기록한 타임캡슐 봉인식도 진행했다. ‘글로벌 한국영화 100년–사유하는 필름을 찾아서’라는 이름으로 한국영화를 연구하는 국내외 영화학자들이 모여 각자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국제학술대회도 큰 관심을 모았다. 이 모든 행사들이 축제와 담론을 아우르며 한국영화의 100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양윤호 감독은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 속한 영화인들이 지난 8개월간 생업과 기념사업을 병행하며 재능기부하는 마음으로 이 행사를 추진해왔다”고 했다. 또한 “각기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영화단체들이 ‘신구의 조화’라는 이름으로 모였다”고도 했다. 이런 기운과 함께 앞으로 새로운 한국영화를 기다리는 마음은 영화인이나 관객이나 한결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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