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심판> '의심스러울 땐 피고에게 유리하게'라는 원칙의 허점
2019-11-13
글 : 이주현

교도소에서 결혼식을 올린 카티아(다이앤 크루거)와 누리(누만 아차르). 출소 후 새 삶을 사는 이들 부부에겐 6살 된 귀여운 아들도 있다. 어느 평범한 날, 누리의 가게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 한순간 남편과 아들을 잃은 카티아는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테러의 목격자로 법정에 선다. 수사 초기 경찰은 누리가 쿠르드인이고 마약 판매 전과가 있다는 것에 집중해 범죄조직과 연루된 보복성 테러를 의심한다. 하지만 카티아는 독일 내 네오나치의 짓이라 확신한다. 테러 용의자로 지목돼 법정에 선 묄러 커플은 과연 그리스의 네오나치당과도 연결돼 있는 인물들임이 밝혀진다.

영화는 1부 가족, 2부 정의, 3부 바다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선 테러로 인한 희생이 그려지고 2부에선 법정 싸움이 진행된다. 합리적 의심이 조작된 증거 앞에서 무력해지는 상황이라든지 ‘의심스러울 땐 피고에게 유리하게’라는 원칙의 허점은 3부의 이야기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된다. 3부의 제목은 바다지만 더 정확한 단어를 찾는다면 복수 혹은 심판이 될 것이다. 카티아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적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고민한다. 파티 아킨 감독은 실제 독일의 네오나치 집단이 터키 이민자를 상대로 한 살인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 카티아 역의 다이앤 크루거는 <심판>으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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