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가족에게 외면받아 버려진 인물들이 만저우리에 있는 동물원의 코끼리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
2019-11-20
글 : 김현수

중국 만주의 어느 도시에서 살아가는 4명의 인물들이 각자 처한 절망을 안고 코끼리를 찾기 위한 여행길에 오른다. 위청(장위)은 친구의 부인과 불륜을 저질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친구가 눈앞에서 자살하자 실의에 빠진다. 웹(펑유창)은 친구를 괴롭히는 이들을 혼내주려다 계단에서 밀쳐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 웹이 좋아하는 황링(왕위원)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원조교제를 하다가 이 사실이 알려져 집과 학교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처지가 된다.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는 친구를 자살하게 만든 이, 학교폭력의 희생양, 원조교제에 빠진 불우한 청춘 등 가족에게 외면받아 버려진 4명의 인물들이 만저우리에 있는 동물원의 코끼리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4시간에 달하는 상영시간은 주인공들이 처한 고통을 최대한 온전하게 전달하려는 감독의 의도로 보인다. 유려한 카메라 워크를 따라 마치 유영하는 느낌으로 영화에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 영화는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GWFF 장편데뷔상(특별언급), FIPRESCI상을 수상했고 아시아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받았다.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론트라인 부문에 초청되어 한 차례 관객과 만난 바 있다.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는 완성 직후 29살이라는 안타까운 나이에 세상을 뜬 후보 감독의 데뷔작이자 유작이다. 후보 감독은 4시간에 달하는 긴 버전을 편집한 후 개봉에 앞서 제작사측과 편집권을 두고 오랫동안 싸워왔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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