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시빌> 의사가 환자의 사연을 무단 도용하면서 글을 쓴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2019-11-20
글 : 김현수

정신과 의사인 시빌(버지니아 에피라)은 평소 작가가 되기를 꿈꿔왔던 인물인데 어느 날 갑자기 병원을 정리하겠다고 나선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이를 만류한다. 그녀가 일을 갑자기 관두게 되면 그녀를 믿고 오랫동안 의지하며 상담을 이어왔던 환자들의 삶이 뒤흔들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누구에게도 검증받지 못한 상황이라 걱정이 많다. 영화의 주된 갈등은 작가가 되길 원했던 정신과 의사가 자신을 찾아온 환자 마고(아델 엑사르코풀로스)라는 여자에게서 소재를 발견하면서 벌어진다. 의사가 환자의 사연을 무단 도용하면서 글을 쓴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시빌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무명배우이며 촬영 중인 영화의 주연배우 사이에서 임신을 했고, 아이를 낳기가 두렵다는 마고의 인생에 조금씩 개입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시빌은 치료의 목적을 넘어 마고의 삶을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관여하는데, 이 과정에서 영화는 다층적인 액자 구성의 이야기를 통해 독특하고 이상한 심리 스릴러의 재미를 만들어낸다. 시빌이 마고의 부탁을 받고 마고의 연인인 이고르(가스파르 울리엘)와 함께 머무는 영화 촬영장을 방문하게 되는 장면 이후로는 웃기고 슬픈 ‘막장 드라마’로서의 면모 또한 마음껏 뽐낸다. 버지니아 에피라, 아델 엑사르코풀로스, 산드라 휠러 등 여배우들의 활약이 단연 돋보이는 영화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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