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life]
[씨나몬's PICK] <심판> 고군분투하는 카티아를 따르는 법정극이자 복수극
2019-11-20
글 : 이나경 (객원기자)

의문의 폭탄테러로 남편 누리(너맨 아카)와 아들 로코를 잃은 카티아(다이앤 크루거)의 삶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빠진다. 끔찍한 사건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카티아의 절망감은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도 이어진다. 사건을 대하는 주변의 편견과 의심 때문이다. 카티아와 누리는 대학 시절 마약 거래로 만났고, 누리가 마약범으로 형을 살던 중 교도소에서 결혼했다. 또한 누리는 터키계 이민자 출신으로 한때 독립운동단체에서 활동했던 이력이 있다. 경찰은 이러한 누리의 과거를 이유로 들며, 범죄조직과 연관되어 있는 보복성 테러를 의심한다. 하지만 “사건 당일 사무실을 나설 때 보관함이 있는 새 자전거를 자물쇠조차 걸지 않은 채 놓고 간 사람이 있다”는 카티아의 증언을 바탕으로 에다 묄러라는 유력 용의자가 체포된다. 치열한 법정 공방을 거치며 묄러 부부가 네오나치즘을 숭배하는 새로운 테러 집단과 관련 있음이 드러난다.

가족, 정의, 바다의 세 파트로 구성된 영화 <심판>은 갖가지 모순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카티아를 따르는 법정극이자 복수극이다. 카티아는 다양한 증언과 직면하며 묄러 부부가 범인임을 확신하지만, 의심 정황이 있을 때 피고의 권리를 우선으로 보장하는 독일 법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깊은 상실감으로 삶이 해체되는 한 인간의 감정적이고 불안한 모습을 그리는 카티아의 파리한 얼굴은 선연한 잔상을 남긴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때로는 절제하고, 때로는 몰아치며 넓은 감정의 폭을 그려낸 배우 다이앤 크루거는 <심판>으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미치고 싶을 때>(2004), <천국의 가장자리>(2007), <소울 키친>(2009) 등을 연출하며 독일을 대표하는 감독 반열에 오른 파티 아킨의 작품으로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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