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소재로 한 내기도박판 범죄와 액션이 결합한 리건 감독의 <신의 한수: 귀수편>은 전편과는 확연히 다른 결의 액션을 보여준다. 김철준 무술감독은 누나를 다치게 만든 바둑 고수 황덕용(정인겸)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도박판에 뛰어들어 스승 허일도(김성균)를 만난 귀수(권상우)가 “제대로 무술 수련을 해본 적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 그저 “주먹을 잘 보고 잘 치는” 모습을 구현하기 위한 액션 설계를 했다. 전편보다는 액션 장면의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권상우 배우가 지닌 장점을 극대화해 “방어가 거의 없는, 상대가 한대 때리면 두대로 되갚아주는”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어려서부터 냉혹한 환경에서 자란 귀수는 내일이 없이 오늘만 사는 인물이기에 싸울 때 상대의 공격을 애써 막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김철준 무술감독의 설명이다. 또한 김철준 무술감독은 박진감 넘치는 합을 보여주기 위해 인물들이 싸울 때 상대의 공격을 막고 때리는 동작 사이의 템포도 확 줄이는 액션을 설계했는데, 특히 좁은 공간에서 빛이 차단된 상태로 귀수가 세명의 우람한 사내와 싸우는 화장실 액션 장면이 돋보인다. “4명이 서로 근접전을 펼치는데 자세히 보면 쌍칼을 들고 덤비는 자와 공간을 좀더 열어서 보여줄 수 있는 발차기를 쓰는 자의 역할이 나뉘어 있다. 불이 꺼진 상태에서 손전등을 켰다 껐다하면서 싸우는 설계는 귀수에게 악조건을 주기 위함이었다.”
어느덧 충무로에서 20년 넘게 액션과 함께하고 있는 그는 스승인 신재명 무술감독에게 “우리는 왜 이렇게 고생하며 남들 안 하는 영상 콘티까지 만들어야 하느냐”고 불평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영화에 어떤 액션을 담아낼지는 모두 시나리오에서 결정된다”면서 어떤 액션을 잘 찍느냐가 아니라 영화에 맞는 액션을 잘 찍어야 한다는 소신도 갖게 됐다. <하류인생>(2004)의 재룡이파 조직원, <태풍>(2005)의 인민군, <비열한 거리>의 건달, <무적자>(2010)의 조직원 등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수십편의 영화를 비롯해 무술감독으로 입봉한 <실종> 이후 여러 편의 무술감독을 역임했지만 그는 <신의 한수: 귀수편>이야말로 “절박한 심정으로 참여한 영화”라고 말한다. 코미디와 재난영화를 많이 맡아왔지만 그래서 더욱 본격적인 액션영화의 기회가 줄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이번 영화로 그의 주특기가 무엇인지 충무로에 확실하게 각인되었다.
메모
“예전에는 틈틈이 수첩에 메모를 해두고는 했는데 요즘은 잘 쓰지 않는다”던 김철준 무술감독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시나리오에 빼곡하게 기록해둔 증거 사진을 한장 보내왔다. 작품마다 당연히 하는 메모지만 이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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