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크롤> 한정적인 공간에서 악어와의 사투만으로 승부를 보는 재난물
2019-11-27
글 : 임수연

헤일리(카야 스코델라리오)는 기본적인 재능은 있지만 실전에서는 매번 3등 안에 들지 못해 자신감이 추락한 수영선수다. 그는 허리케인 웬디가 상륙한 후 연락이 두절된 아버지 데이브(배리 페퍼)를 찾기 위해 폭풍우를 뚫고 과거에 살던 집을 찾는다. 지하실에서 누군가에게 습격당한 후 쓰러진 아버지를 발견해 끌고 나오던 찰나, 집 근처 악어농장에서 뛰쳐나온 악어들이 나타난다. 주인공 부녀, 그리고 모두가 대피한 마을에 남아 있던 반려견 슈가는 무사히 마을을 탈출할 수 있을까.

짧은 러닝타임에 핵심만을 남긴 오락영화다. 한정적인 공간에서 악어와의 사투만으로 승부를 보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재난물이지만, 내용물을 알차게 채웠다. 기본적으로 수중 밖 소리는 듣지 못하지만 어두운 곳에서 잘 보는 악어의 습성이 주는 서스펜스가 효과적이다. 컴컴한 지하실에서의 밀실 호러가 물이 차오른 후에는 수중 액션으로 변모하다가, 막판에는 쓰나미 재난영화의 색깔을 띠는데 전환도 매끄럽고 속도감도 느껴진다. 한편 이들이 악어와 사투를 벌이는 집은 데이브와 전 부인, 헤일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살았던 곳이다. 이혼 후 우울증을 앓는 아빠, 과거의 근성이 희미해진 부녀가 재난 스릴러 영화의 버디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드라마를 담는 구성도 나쁘지 않다. 헤일리가 맞닥뜨린 각종 미션, 예컨대 스마트폰 주워오기 같은 일이 연이어 제시되며 ‘파이터’의 근성을 회복하는 과정도 이야기에 잘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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