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9월 8일, 김대중은 1971년 이후 16년 만에 광주를 찾았다. 그사이 군사정부로부터 5번의 죽을 고비, 6년의 감옥 생활, 55차례의 가택연금, 777일의 망명 생활 등 온갖 고초를 겪었다. 광주 시민 수십만명이 그를 보기 위해 광주역으로, 수만여명이 그가 가장 먼저 들른 망월묘역으로 몰려들었다. 광주민주화운동 열사들이 잠든 그곳에서 김대중은 자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광주 시민들을 보고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이 장면으로 시작되는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를 기리기 위해 제작된 다큐멘터리다. 앞서 언급한 광주 방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정치인 김대중은 유독 눈물이 많았다. 대통령 취임식 때 그는 “우리는, 모두는 지금 땀과 눈물과…”라고 취임사를 말하다가 울컥했는지 말을 잠깐 잇지 못하고 “고통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1973년 박정희 독재 정부가 김대중을 일본 도쿄에서 납치해 바다에 빠뜨리기 직전에 극적으로 살아돌아온 도쿄납치사건이나 1980년 전두환의 신군부세력이 김대중을 북한의 사주를 받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일으킨 주동자로 지목해 재야인사 20여명과 함께 군사재판에 회부해 사형을 선고한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을 통해 그가 얼마나 많은 역경과 고난을 거친 정치인인지 환기시킨다. 과거 아카이브 자료들은 충분히 흥미롭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극적인 정치 인생을 겪은 김대중을 담아내는 그릇이 다소 작아 보여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