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포드 v 페라리> 미국의 포드와 이탈리아의 페라리가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2019-12-04
글 : 김현수

미국의 포드와 이탈리아의 페라리가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자동차 역사에서 대량생산 벨트를 도입해 양산품을 찍어내던 포드와 스포츠카의 명가 페라리와의 비교는 조건 성립 자체가 안될 조합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포드가 페라리와 맞붙어 프랑스의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몇 차례 이긴 사례가 있다. <포드 v 페라리>는 바로 그 극적인 승리의 순간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주목하는 영화다. 미국의 스포츠카 디자이너 캐롤 셸비(맷 데이먼)는 포드로부터 페라리를 누를 수 있는 스포츠카 디자인을 의뢰받는다. 그는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경주에서 이기려면 제대로 된 드라이버가 필요하다면서 드라이버 켄 마일스(크리스천 베일)를 추천한다. 신사적인 중산층 타깃의 포드 입장에서는 정열적이지만 돌발 행동을 자주하는 괴짜 켄 마일스를 싫어할 수밖에 없다. 캐롤과 켄은 관료주의에 찌든 대기업 임원들을 상대하면서 좋은 스포츠카와 경주를 위해 노력한다. 제목처럼 영화가 포드와 페라리의 경쟁을 묘사하는 건 아니다. 페라리의 존재감은 영화 내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보다는 포드를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캐롤과 켄의 뜨거운 우정이 주를 이룬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은 포드의 임원들이 맡는다. 스포츠카 경주가 극의 중심이지만 실은 카체이스 액션보다 두 배우의 눈가에 쌓이는 세월의 두께에 더 관심이 많은 영화다. 포드가 개발한 ‘GT40’의 모습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데 묘하게 눈길이 가지 않는 건 자동차영화로서는 치명적 단점이다. 서부극 <3:10 투 유마>(2007), 슈퍼히어로 캐릭터 울버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더 울버린>(2013), <로건>(2017) 등을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자동차보다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두 남자의 무모한 도전에 더 매료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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