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정성일은 “감독의 시간은 영화를 찍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 둘로 나뉜다”고 말했다. <녹차의 중력>은 임권택 감독이 102번째 영화 <화장>(2014)의 촬영을 앞두고 기다리는 시간을 담아낸 영화다. <백두 번째 구름>(2018)이 <화장>의 촬영 현장에서 거장의 비밀을 따라가는 영화라면 <녹차의 중력>은 영화인과 자연인의 틈새에 고인 임권택의 시간을 담아낸 기록에 가깝다. 평론가 정성일에게 임권택은 운명이고 감독 정성일에게 임권택은 배우고 싶은 스승처럼 보인다. 한 그루 나무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선 임권택의 ‘지금’을 숏마다 긁어모아 꾹꾹 눌러담은 정성일의 손길에는 존경과 헌사, 애정이 묻어난다. 동시에 감독으로서 정성일은 숏 사이에 놓인 빈틈, 얼핏 의미 없어 보이는 시간에 집중한다. ‘영화’라는 개념에 대한 열정적인 질문과 치열한 반응의 집합. 그리하여 임권택의 시간은 마침내 정성일의 영화가 된다. 고요하게 웅장하다.
씨네21
검색관련 영화
관련 인물
최신기사
-
2025년 영화 개봉예정작을 한눈에
-
[인터뷰] 요즘 우리들의 연애, <이 별에 필요한> 한지원 감독
-
[인터뷰] 호러도 코믹도 제대로,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 필감성 감독
-
[인터뷰] 사실적인 마약 범죄 영화, <야당> 황병국 감독
-
[인터뷰] 맨주먹 오컬트 액션,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임대희 감독
-
[인터뷰] 오랫동안 기다려온 ‘정통 멜로’, <파반느> 이종필 감독
-
[인터뷰] 사랑도 영화도 끝까지, <너의 나라>(가제) 이옥섭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