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오피셜 시크릿> 담백하게 사건의 진행을 따라가는 연출이 미덥다
2019-12-04
글 : 남선우

때는 2004년 2월 25일.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 소속 캐서린 건(키라 나이틀리)은 공무상 비밀엄수법을 어긴 죄로 기소되어 법정에 선다. 그가 누설한 기밀 내용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이라크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영국 정보부에 불법적 요구를 했다는 것.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묻는 판사의 음성을 뒤로하고 <오피셜 시크릿>은 캐서린이 그 기밀을 처음 맞닥뜨린 1년 전으로 돌아가 사건의 전말을 좇는다. 플래시백이 시작되고 캐서린이 고민 끝에 반전운동 중인 친구에게 기밀을 전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대신 실제 역사에 기반한 이 영화는 개인의 신념에 따른 결단이 또 다른 개인들의 의지에 힘입어 국가권력에 일격을 가하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한다. 철저한 사실 확인 끝에 캐서린의 메모를 기사화하는 마틴(맷 스미스)과 냉철한 시각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캐서린의 변호인 벤(레이프 파인스)이 각각 전반부, 후반부의 조력자라 할 수 있다. 이들이 캐서린의 행동에 잠시 의문을 품다가 결국 그와 정신적으로 동행하기에 이르는 대목의 연출은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한다. 감정적으로 정의를 앞세우거나 요란하게 인물을 응원하기보다 담백하게 사건의 진행을 따라가는 연출이 미덥다. 소신을 말하다가도 자신의 선택이 실수였을까봐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해낸 키라 나이틀리의 연기도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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