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진짜 센 언니들이 나타났다, <허슬러>의 히로인 소개서
2019-12-06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뉴욕 최고의 클럽에서 돈을 쓸어 담는 스트리퍼들. 그들이 작정하고 월 스트리트 남성들의 주머니를 털기 시작한다. 익숙한 한탕, 하지만 성별이 뒤바뀐 이야기는 흔치 않다. 영화 <허슬러>가 색다른 쾌감을 선사하는 이유다. 혹자는 전형적인 사기극에서 단순히 성별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둘은 결코 같지 않다. 두 경우 모두에서 여성은 소비 대상이자 성 상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허슬러>는 이 기막힌 현실을 위험천만한 방식으로 정면 돌파하는 댄서들의 이야기다. 동시에 이들이 벌인 범죄행각의 말로가 어땠는지를 섣부르게 미화하거나 감추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허슬러>의 성공을 부른 강력한 비기는 관객을 휘어잡는 여성 배우들의 흡인력에 있다.

제니퍼 로페즈 Jennifer Lopez

제니퍼 로페즈가 없는 <허슬러>를 상상할 수 있을까? 영화가 공개된 이후 “압도적인 제니퍼 로페즈”에 대한 찬사가 줄을 이을 정도로 그의 캐릭터 라모나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올해로 50세가 된 왕년의 팝스타로만 기억되기엔 세월이 그녀를 완벽히 비껴갔다. 한때 가장 영향력 있는 히스패닉으로 꼽힐 정도로 유명 셀럽이던 그는 배우에서 가수로, 가수에서 사업가로 변신을 거듭하는 동안 실패하는 법이 없었다.

한국 관객들에겐 1990년대와 2000년대를 풍미한 추억의 스타로 인식되는 것도 사실이다. 데뷔 이래 지금까지 쉼 없이 배우와 가수와 사업가를 오가며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제니퍼.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든 뒤, 해묵은 로맨틱 코미디만을 답습하면서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의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거의 따놓은 당상처럼 가져가곤 했다. 그런 그에게 최적의 영화 <허슬러>가 찾아온 것이다. <허슬러>의 라모나는 역대 제니퍼 로페즈의 커리어 중에서도 베스트 연기라는 극찬을 받으며 오스카 여우조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콘스탄스 우 Constance Wu

제니퍼 로페즈가 <허슬러>의 정신적 지주라면, 콘스탄스 우는 스토리텔러로서 무게 중심 역할을 한다. 물론 <허슬러>에서 가장 돋보이는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장본인도 바로 콘스탄스 우. 그가 맡은 역할 데스티니는 큰돈을 벌기 위해 뉴욕으로 간 스트리퍼로, 라모나를 만나게 되면서 야망과 성공에 도취되어 간다. <허슬러>의 명백한 2인자이자, 알 수 없는 인생의 향방에서 가장 굴곡진 변화를 겪기도 하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주인공으로 얼굴을 알렸다. 중국계 미국인 존 추 감독의 연출은 물론, 출연진 전원이 아시아계 배우로 꾸려진 작품이다. 화이트 워싱 논란이 끊이지 않던 할리우드에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 선두주자로서 각광받았다. 대만계 미국인인 콘스탄스 우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중국계 이민 2세인 레이첼 추를 연기했다. 레이첼 추가 뉴욕대학교 최연소 경제학과 교수라는 설정 역시 그간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한 아시아계 여성에게서 보기 힘든 것이었다.

릴리 라인하트 Lili Reinhart

애나벨을 연기한 릴리 라인하트는 어쩌면 <허슬러>의 가장 선한 얼굴의 소유자일 것이다. 이 불온한 사업을 벌이는 동안 그의 외모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덕분에 검은 의도는 아름다운 미소 뒤에 정말 잘 가려진다. 올해로 23세인 릴리 라인하트는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예 가운데 하나다. 고교생들의 초현실적 마을 탐험기를 다룬 인기 드라마 <리버데일>에 출연해 본격적으로 눈에 띄기 시작했다. 최근 <미스 스티븐스>와 <갤버스턴>으로 국내 관객과도 만났으며, 현재 시즌 4를 방영 중인 <리버데일>에서 만난 상대 배우 콜 스프라우스와는 실제 연인으로 발전해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다.

케케 파머 Keke Palmer

독일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그 이름. 메르세데스라는 별명의 주인은 케케 파머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을 포괄한 <허슬러>의 여성들 사이에서 케케 파머는 유일한 흑인 배우로서 지분을 다한다. 미국의 배우이자, 작곡가이자, 래퍼인 파머는 아역배우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한국에 소개된 작품이 거의 없지만 한때 4번째로 많은 출연료를 받는 아역 스타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노래 실력 덕분에 2016년에는 뮤지컬 TV 영화 <그리스: 라이브>에도 당당히 출연했다. 최근 호러에 코미디를 접목한 이야기로 인기를 끈 드라마 <스크림 퀸즈> 시리즈의 눈에 띄는 조연으로 활약하며 두각을 보이고 있다.

래퍼 카디 비(왼쪽), 팝스타 리조의 ‘커즈 아이 러브 유’(Cus I Love You) 앨범 커버

카디 비 (Cardi B) / 리조 (Lizzo)

적은 비중이 무색하게 대단한 인상을 남기고 간 두 캐릭터가 있다. 다이아몬드 역의 카디 비(Cardi B)와 리즈 역의 리조(Lizzo). 뉴욕의 세계에 입성한 데스티니가 불안을 금세 내려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둘의 활약이 있었다. 실제로 여성 래퍼 최초 세 번의 빌보드 차트 1위에 등극한 래퍼 카디 비, 그리고 주목받는 신인 팝스타 리조의 폭발하는 자존감이 아니었더라면 그런 효과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캐릭터와 실제 인물 사이의 간격이 없다고 느껴질 만큼 두 사람은 제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올해 만난 가장 강력한 신 스틸러로 꼽기에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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