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로운 나날> 영화가 자기 일상에서 다른 인물이 되어 살아가는 여정
2019-12-11
글 : 김소미

<여자들>(2016)을 만든 이상덕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전작이 작가의 달뜬 배회를 담았다면 <영화로운 나날>은 일거리를 얻지 못해 우울한 배우 영화(조현철)의 방랑기를 따라간다. 좀처럼 좋은 배역이 들어오지 않는데다 스스로 연기에 자신감을 잃은 배우 영화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모종의 슬럼프를 겪고 있다. 동거하는 연인 아현(김아현)과 보내는 시간만이 유일한 위로가 되어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둘의 연애사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어느새 비좁아진 마음과 자기검열, 생계의 어려움 등으로 지친 주인공을 일깨우기 위해 <영화로운 나날>은 판타지적인 설정을 불러들인다. 영화가 마주치는 친구, 가족 혹은 낯선 타인들이 그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면서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배우의 숙명을 간절히 바랐던 영화가 자기 일상에서 다른 인물이 되어 살아가는 여정을 따라가면서, <영화로운 나날>은 비로소 느슨한 성장의 결말로 나아간다. 짐작 가능하듯 주인공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은 봉착한 난관의 직접적인 해결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작은 우연이나 호의 같은 것들이다. 영화적이고 낭만적인 세계를 향한 대책 없는 애호가 작품의 나른하고도 다정한 무드를 채우고 있다. 전석호, 서영화, 공민정, 이태경 등 독립영화계에서 돋보이는 스타들이 릴레이로 등장해 서사의 전환점마다 활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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