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성>은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근접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오프닝에서 경주의 아름다운 역사와 자연을 평화롭게 보여주다 이내 경주시 양남면의 한 주민에게 시선을 돌린다.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1km 떨어진 곳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는 황분희씨는 갑상선암 환자다. 그는 정부 당국에 이주 대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지만, 별다른 해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황씨를 포함한 갑상선암을 앓은 원전 인근 주민 618명은 한국수력원자력에 공동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영화는 “그저 세상에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던 주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부와 세상에 전달하려는 고군분투를 담아낸다.
<월성>은 뉴스타파가 <자백> <공범자들> <김복동>에 이어 네 번째로 제작한 다큐멘터리영화다. 원전을 소재로 한 극영화 <판도라>와 비슷한 방식으로 ‘탈원전’에 대한 주장을 담았다. 영화는 주민들의 표정과 목소리를 서늘하면서도 부드럽게 포착한다. 힘겨운 시위와 소송 과정에서 주민들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며, 외부인들의 연대의 손길 또한 큰 힘이 된다. 또한 영화가 주요하게 다룬 것은 이런 주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는 듯한 정부·법원 등의 냉정함이다. 그런 국가기관의 벽에 부딪친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월성>은 말한다. 공공의 목적을 위해 특정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 위험을 감수시켜야 하는 우리 사회의 ‘원자력 딜레마’를 숙고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