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백두산>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 - 익숙하지만 새로운 리얼리티
2020-01-06
글 : 김소미
사진 : 백종헌

“어떻게 해야 진짜처럼 믿을까.” 그것만 고심했다. 백두산 폭발이라는 한반도 전역의 불안, 그 씨앗이 공포로 피어나는 과정을 영화 <백두산>은 시각적으로 밀어붙여야 했다. 재난 상황과 그 여파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것이 영화의 제1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두산>에 참여한 제갈승 시각특수효과(VFX) 슈퍼바이저는 이를 “관객이 스스로 충분히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데미지”라고 표현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리얼리티가 부각되는 강남 장면을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로 꼽는다. 한국 관객 상당수가 기시감을 느낄 만한 랜드마크”를 찾았던 VFX팀은 고층건물과 유동인구가 많고 차가 막히는 풍경이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하리라고 봤다. 높은 건물이 많을수록 무너지고 부서지는 스펙터클이 커지고, 정체 상황에서 혼란이 가중되어 보인다는 확실한 원리를 가동한 것이다. 사실 익숙한 공간을 재현한다는 것은 특수효과팀에 양날의 검이다. “관객이 현실과 다른 점을 찾아내기 쉬워 부담스럽지만, 동시에 모델이 명확해 작업자들 입장에선 공간 구현을 위한 레퍼런스도 풍부하다.” 이번 작업의 핵심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신과 함께> 시리즈와 달리 리얼리즘을 위해 최대한 실사를 살리는 것”이었다. 통제가 어려운 강남에서 가급적 많은 실사 촬영분을 보유하고, 그 위에 그래픽 효과를 입혀야 “워낙 잘 아는 공간이 스크린 위에서도 그럴듯하게” 구현된다는 게 제갈승 슈퍼바이저의 경험이다. 화산 폭발의 경우 할리우드와 유럽영화, 다큐멘터리와 사진을 막론하고 접근 가능한 온갖 소스들을 리서치했다. 그런 와중에 후반작업 기간이 다소 짧았던 <백두산>은 “단기간에 <신과 함께> 시리즈를 소화한 덱스터의 노하우”가 힘을 발휘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매니지먼트 총괄을 비롯해 다른 회사와의 코워크(협업)까지 집약적으로 관리”하는 작업이었다.

공학도였던 제갈승 슈퍼바이저는 우연히 동료의 소개로 컴퓨터그래픽의 세계를 알게 됐다. 금세 일에 재미를 붙였지만 본격적으로 동력을 얻은 것은 첫 현장 슈퍼바이징을 맡은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때부터다. “처음 영화 촬영 현장에 나가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계속 일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다.” 이후 <미스터 고>에서 <백두산>까지 덱스터와 쭉 함께한 그는 “안 해본 것이라면 무엇이든 도전하는” 덱스터의 미래에 늘 함께하고 싶다고.

덱스터의 식구들

제갈승 슈퍼바이저의 가장 큰 자산은 “두려움 없는 덱스터의 식구들”이다. 커리어 초기에 다른 프로덕션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덱스터만큼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회사는 드물다는 게 그의 확신. 2019년 12월 30일, 연말에도 인터뷰를 위해 작업 중 잠시 짬을 낸 그는 “지금처럼 동료들과 함께 꾸준히 작업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상영 설비가 갖춰진 어두컴컴한 일터로 돌아갔다.

2019 <백두산> 2018 <신과 함께-인과 연> 2017 <리얼> 2017 <1987> 2017 <신과 함께-죄와 벌> 2014 <해적: 바다로 간 산적> 2013 <미스터 고> 2010 <아저씨> 2010 <초능력자> 2010 <이층의 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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