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배우 최민식의 명대사 모음
2020-01-04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명실상부 최고의 한국배우 대열에 이 사람이 빠질 수 없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의 장영실로 돌아온 최민식은 그간 한국영화의 기록할만한 명대사를 빼곡하게 배출한 장본인이다. 존재감이 너무도 뚜렷한 캐릭터들을 역임해 온 그답게, 화려한 연기 스타일과 대사 소화력까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금까지 배우 최민식이 활약해 온 영화 속 명대사들을 모았다.

“너, 내가 한마디 충고하는데. 네가 앞으로 뭘하든, 하지 마라.”

<넘버 3> 마동팔 검사

뭘 하든 하지 말라니. 이게 무슨 충고일까. 건달보다 더 건달 같은 검사 마동팔의 대사다. 조직의 넘버 쓰리 태주(한석규) 일당과 검사 마동팔(최민식)이 사우나에서 마주친다. 태주는 말끝마다 '검사님'을 달고 그의 비위를 맞춰 보지만 검은 손을 잡아줄 생각이 없는 청렴 검사 마동팔은 눈하나 깜짝 않고 건달의 허세를 꺾는 말들을 던진다. 마주칠 때마다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던 태주와 동팔. 사우나를 박차고 나가려는 태주를 발로 막아선 동팔은 (합법적인 일을 할리가 없는) 태주에게 '뭘하든 하지 마라'고 충고한다. 잊을 수 없는 조연으로 등장한 배우 송강호의 "내 말에 토토토토다는 XX는 배반형이야 배반형"이라는 명대사도 <넘버3>에서 나왔다.

“당신, 남의 취미 생활에 대해 그렇게 함부로 얘기하지 마. 그리고 파고다 공원이 아니라 탑골 공원이야.”

<해피 엔드> 살림 남편 민기

이목구비부터 연기 스타일까지 선이 굵은 캐릭터들을 주로 맡아온 최민식. <해피 엔드>에서 보라(전도연)의 남편 민기(최민식)는 비교적 최민식의 캐릭터 중 평범한 출발을 했다. 물론 결말에 이르면 전혀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아무튼 첫사랑 일범(주진모)과의 불륜을 몇년 째 이어온 보라는 남편 민기와 자주 충돌을 빚는다. 능력있는 학원 원장인 보라의 눈에 매일 헌책방에 들렀다가 공원을 전전하는 백수 민기가 달가울 리 없다. 최민식에게 이렇게 짠내나는 캐릭터도 있었다. 살림하는 남편이 되려면 제대로 하라는 아내의 추궁.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헌책이나 사 모으고 파고다 공원이나 가고!" 아내의 불륜 사실을 모른 채 파고다 공원이 아니라 탑골 공원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민기의 대사가 처량하기 짝이 없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올드보이> 오대수

"누구냐 너" "나갔는데 52층이면 어떡하지" "오늘만 대충 수습하면서 살자" 등 <올드보이> 오대수(최민식)의 내레이션에는 버릴 대사가 없다. 그 많은 명대사 중 뭇 사람들의 마음을 후벼판 대사가 있다면 이것. 사실 이 구절은 박찬욱 감독이 창조한 대사는 아니다. 1883년에 미국 시인 엘라 윌콕스가 쓴 <고독>이라는 시의 첫 문장이다. 어떤 명분도 이유도 모른채로 15년 세월을 감금당한 오대수가 세상을 향해 울분을 쏟아낼 법도 하지만, 그는 이 분노를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는다. 엘라 윌콕스의 시구절을 기억하면서. 꼭 오대수처럼 극적인 사건 앞에 놓여있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유효한 촌철살인인 덕에 많은 관객들의 뇌리에 남았다.

“세상엔... 완벽한 사람은 없는 거에요 사모님...”

<친절한 금자씨> 유괴범 백선생

최민식은 <올드보이>에 이어 박찬욱 감독 복수의 피날레 <친절한 금자씨>에 다시 얼굴을 비췄다. 여기서 그는 평범한 죄인 오대수가 아닌 완벽한 악인 백선생이 된다. 아동 유괴와 살인을 일삼은 그의 범죄는 단지 "요트를 사기 위해서"라는 얼토당토않은 이유에서 기반한다. 갈 곳 없는 여고생 금자(이영애)를 거둔 백선생이 금자에게 어떤 짓을 했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 그의 죄를 뒤집어쓴 금자는 13년의 옥살이 내내 복수의 칼을 벼렸고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극중 라미란의 대사대로 "맛있는 걸수록 뒀다 먹는 그런 마음"처럼 금자는 천천히 복수의 판을 현실화한다. 피해 아동의 부모들을 불러 모아 그들에게 연장을 양보한 금자. 칼 자루를 쥔 한 어머니가 드디어 대면한 백선생에게 묻는다. "이렇게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왜 그랬어요?" 뻔뻔한 백선생의 대답은 요트를 위해서였다는 말과도 다를 바가 없다.

“내가 너 좋아하면 안 되냐?”

<악마를 보았다> 살인마 장경철

이 대사는 사실 쓰인 맥락을 떠올리자면 두 번 다시 생각하기 끔찍한 대사다. 잔혹함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 살인마 장경철(최민식)이 여중생을 강간하기 직전에 뱉는 대사다. 이유없는 악인, 완벽한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장경철의 범행 장면이 여과없이 담긴 탓에 애초에 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기도 했다. 이는 일반 상영관에서 상영할 수 없어 '반려'에 가까운 기능을 하는 등급 제도. "내가 너 좋아하면 안 되냐?"라는 대사 역시 많은 대사들 가운데 장경철의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과 대사에서 오는 실소 때문이었는지, 이 대사가 유명해져 '짤방'과 함께 인기를 끌기도 했다.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어?! 내가 임마! 느그 서장이랑 임마! 어저께도! 어?! 같이 밥 묵고! 어?! 사우나도 같이 가고! 어?! 이 XXX야 다 해쓰 임마!”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최익현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최민식의 명대사 퍼레이드를 가장 화려하게 장식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과거 1990년, 범죄 조직이 들끓던 부산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공권력의 한마디가 발단이 돼 영화는 만들어졌다. 부산 사투리의 말맛은 허세 가득한 속물의 전형인 인물 최익현(최민식)의 캐릭터를 극대화했고, 거의 모든 대사가 명대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다. 덕분에 최민식의 필모그래피에서 소위 "느그 서장 남천동"을 모든 영화마다 끼워 맞춘 버전으로 유희를 즐기는 네티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쇠고랑을 차고 경찰서에 붙들려 가자 난데 없이 서장과의 친분을 과시적으로 늘어놓으며 협박하는 모습은 최익현이라는 인물을 너무도 잘 보여준 장면이다. 같은 맥락에서 또 하나의 명대사를 꼽자면 "내가 이깄다(이겼다)"가 아닐까 싶다.

“너, 나하고 일 하나 같이 하자.”

<신세계> 수사 기획과 강과장

한국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누아르 <신세계>. 이자성(이정재)과 정청(황정민)이라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한 속고 속이는 우정이 <신세계>의 관람 포인트였다. 신입경찰 이자성은 어째서 범죄조직에 이렇게 깊숙이 몸담게 됐나. 국내 최대 범죄 조직인 골드문이 기업형 조직으로 점점 몸을 불려나가자 경찰청 수사 기획과 강과장(최민식)은 자성에게 잠입 경찰이 될 것을 명한다. 이미 골드문의 실세 정청의 오른팔이 되어 굳은 신뢰를 쌓은 자성과 정청의 우애를 보여주면서 영화는 시작하고, 그 이면에는 작전의 성공에 집착하는 강과장의 위험한 야심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정의에 따르기를 약속했을 신입 경찰 자성에게 임무가 내려지던 날. "너, 나하고 일 하나 같이 하자"는 말과 함께 그의 신분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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