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결과다. ‘넷플릭스판 <왕좌의 게임>’이라 불리며 많은 이들의 기대를 샀던 중세 판타지 TV 시리즈 <위쳐>가 혹평과 호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비난의 주요인은 급작스러운 전개, 불친절한 세계관 설명, 엉성한 일부 CG 등이다. 반면 이구동성으로 호평 세례를 받은 부분이 있다. 바로 주인공 ‘게롤트’를 연기한 헨리 카빌.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고, 카메라 테스트 영상이 공개됐을 당시만 해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를 받았지만 결과물 속 헨리 카빌은 게롤트의 목소리, 발음, 기질 등을 잘 살려내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위쳐> 이전에는 DCEU의 ‘슈퍼맨’으로 활약하며 입지를 굳힌 헨리 카빌. 이외에도 그는 <튜더스> 시리즈, <신들의 전쟁>, <맨 프롬 UNCLE>,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등에 출연하며 탄탄한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그는 필모그래피 외에도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다. <위쳐>로 돌아온 헨리 카빌의 스크린 밖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어린 시절 별명이 뚱뚱이?
어린 시절 헨리 카빌은 뚱뚱한 체형 때문에 친구들의 놀림을 당했다. ‘뚱뚱이 카빌(Fat Cavil)’이라고 불리며 왕따까지 당했다고. 그는 “진학을 위해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했던 만큼 외로움도 컸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접어들며 배우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고, 운동을 통해 체중을 감량했다. 그렇게 만 17세 무렵 영화 <몬테 크리스토 백작>에 캐스팅되며 약 10kg을 감량했다. 배우 활동을 시작하며 더 이상 친구들이 자신을 뚱뚱하다고 말하지 않아 좋았다고 한다.
3수 끝에 슈퍼히어로가 되다
데뷔 후 여러 작품에서 단역, 조연을 맡으며 활동하던 헨리 카빌은 2007년 인기 TV 시리즈 <튜더스>에서 주연 찰스 브랜든을 연기하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게 된다. 그러나 헨리 카빌은 그 이전에도 일찌감치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다. 바로 지금 그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인 ‘슈퍼맨’ 역할을 아쉽게 떠나보냈던 것. 그는 2005년 맥지 감독이 연출할 계획이었던 <슈퍼맨> 영화에 캐스팅됐으나 작품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리고 브라이언 싱어가 메가폰을 넘겨받으며 헨리 카빌이 아닌 브랜든 라우스가 슈퍼맨으로 낙점됐다.
뿐만 아니라 헨리 카빌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에서도 배트맨 역으로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캐스팅이 불발, 로버트 패틴슨을 스타덤에 올려준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 역에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최종 탈락하고 말았다. 때문에 그는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나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렇게 <튜더스> 시리즈, <신들의 전쟁>을 거친 그는 2013년 드디어 <맨 오브 스틸> 속 주인공으로 거듭나며 3수 끝에 슈퍼히어로가 됐다.
슈퍼맨의 굴욕
드디어 슈퍼맨이 된 그는 두 번째 DCEU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개봉에 맞춰 코믹한 영상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슈퍼맨 복장을 한 채 뉴욕 타임스퀘어를 활보하는 영상이다. 해당 게시물의 포인트는 수많은 사람들 중 누구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점. 거대한 ‘S’로고 티셔츠를 입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지만 사람들은 제 갈 길 가느라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단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왔지만 센트럴 파크로 가는 길을 묻고 떠났다고. 입은 웃고 있지만 왠지 슬퍼 보이는 눈이 킬링 파트다.
러셀 크로우
헨리 카빌은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러셀 크로우를 꼽았다. 과거 러셀 크로우가 선사한 멋진 경험 때문이다. 한참 배우를 꿈꾸던 2000년, 헨리 카빌은 러셀 크로우가 주연을 맡은 <프루프 오브 라이프>에서 엑스트라로 출연했다.(영화에서 모습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러셀 크로우를 본 헨리 카빌은 용기를 내 연기 조언을 구했지만 정신없는 촬영으로 러셀 크로우는 제대로 답을 해주지 못했다. 그러나 며칠 후 헨리 카빌은 소포를 받게 되는데, 그곳에는 러셀 크로우의 친필 사인과 “헨리에게, 1000마일의 여행은 작은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 러셀이”라는 응원 문구가 담겨 있었다. 크게 감명받은 헨리 카빌은 그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러셀 크로우를 꼽았다고. 이후 두 사람은 <맨 오브 스틸>에서 부자 관계로 출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게임 사랑
헨리 카빌은 게임을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즐겨 하는 게임은 기네스북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저를 보유한 유료 MMORPG로 등재돼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 WoW를 하느라 <맨 오브 스틸> 캐스팅 연락을 못 받을 뻔한 일화도 있다. 전화가 울렸지만 게임 중이었던 헨리 카빌. 전화가 끊긴 후 전화 속 이름을 확인 한 그는 ‘잭 스나이더’가 적혀있는 것을 보고 황급히 다시 전화를 걸었다고.
뿐만 아니라 그는 <위쳐>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게임 <더 위쳐> 시리즈의 열성 팬이기도 하다.(넷플릭스 <위쳐>의 원작은 소설이지만, 소설을 바탕으로 한 비디오 게임 시리즈가 이미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게롤트 역에 캐스팅된 것도 TV 시리즈 제작 소식을 접한 뒤 먼저 넷플릭스 측에 적극적인 출연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호평 세례를 받은 게롤트 연기는 팬심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겠다.
혹독한 근육 관리
<위쳐>를 본 이라면 체감할 수 있는 한 가지. ‘헨리 카빌의 어깨와 이두는 정말 사람 머리만하다..’. 슈퍼맨 시절에도 터질 듯한 근육으로 유명했던 그는 <위쳐>에서 괴물들을 상대하기 위해 탄생한 돌연변이 인간을 표현하기 위해 혹독한 운동을 거듭했다. 체계적인 보디빌딩을 통해 근육을 벌크업 했으며, 촬영이 다가올수록 체내 수분까지 빼냈다. 2011년 제작된 <신들의 전쟁>에서는 날렵한 몸을 만들기 위해 체지방을 6%까지 낮췄으며, <맨 오브 스틸> 때는 하루에 5000 칼로리를 소모하며 근육을 키웠다.
난데없는 사망설
난데없는 사망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2018년 3월3일 그가 사망했다는 루머가 퍼진 것. 구글 프로필에는 아예 사망 날짜까지 게재됐다. 그리고 뒤늦게 소식을 접한 헨리 카빌은 자신의 SNS에 이를 그대로 캡처해 올렸다. 미간에 잔뜩 힘을 준 ‘엄근진’ 표정과 “자신이 2일 전에 죽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라는 재치 있는 글귀를 함께 게재했다. 이에 팬들은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기억할게”, “죽은 사람치고는 얼굴이 좋아 보인다” 등의 농담 섞인 댓글을 달기도 했다.
미투 운동 실언 논란
2018년 7월에는 <GQ>와의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 관련 실언을 해 논란이 됐다. “미투 운동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구애하는 것을 막는다. 강간범이라 불리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고 발언한 것. 이후 그는 많은 비난을 받았으며 “추파를 던지는 것과 강간을 동일 선상에 놓았다”는 강간 미화 논란까지 일었다.
이후 헨리 카빌은 곧바로 사과문을 발표, “이번 논란은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다. 나는 항상 친구, 직장 동료 등 어떤 관계에서도 여성을 존중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번 논란으로 인터뷰 편집에 의해 의도와 맥락이 왜곡될 수 있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 내가 지지하고 중요시하는 주제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하겠다. 나의 발언으로 인한 혼란이나 오해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비행기 공포증, 반려견
마지막은 헨리 카빌의 반려견 ‘칼엘’이다.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라고? 그렇다. 슈퍼맨의 크립톤 행성 본명이다. 헨리 카빌은 2014년 일본 품종 중 하나인 아키타견을 입양, 애지중지 그를 키웠다. 처음에는 작은 아기 강아지였지만 지금은 헨리 카빌 못지않은 덩치를 자랑하는 성견이 됐다.
또한 칼엘은 일반 강아지가 아닌 ‘서비스 독’.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강아지다.(가장 잘 알려진 것은 맹인들을 위한 안내견) 비행기 공포증을 앓고 있는 헨리 카빌은 칼엘이 곁에 있으면 불안 증세가 완화, 이를 전문 의료인으로부터 인증받았다. 덕분에 칼엘은 비행기 등 동물 금지 구역에도 출입이 인정되는 ‘정서적 도움 동물(Emotional Support Animal)’ 자격을 가지게 됐다. 헨리 카빌은 해외 촬영지를 비롯해 개인 운동 시설, 여행지 등에서도 항상 칼엘과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