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소녀가 소녀에게> 사춘기 소녀들의 복잡한 심리와 연결된다
2020-01-08
글 : 임수연

“살면서 나와 관련된 누군가를 만날 확률은 4만분의 1. 그중에서 친구를 만날 확률은 2억4천만분의 1. 그리고 절친을 만날 확률은 24억분의 1이라고 한다.” 미유리(호시 모에카)는 학교에서 노골적으로 이지메를 당하는 학생이다. 그런 그가 마음을 줄 대상은 ‘츠무기’라는 이름을 붙여준 누에뿐. 여느 때와 같이 미유리를 괴롭히기 위해 그를 숲속으로 끌고 온 학생들은 미유리가 소중히 여기는 누에를 발견하고는 저 멀리 던져버린다. 그렇게 유일한 친구를 잃고 숲속에 쓰러진 미유리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난다. 꿈인 듯 실제인 듯 모호한 상황에서 자신의 속옷을 건네주고 떠난 소녀는 미유리의 반에 전학 온 학생으로 다시 나타난다. 자신의 이름이 토미타 츠무기(모토라 세리나)라고 소개하면서. 기본적으로 판타지와 실제가 거의 구분되지 않는 구조다. 미유리가 괴롭힘을 당할 때 이따금 도와주는 토미타 역시 누에의 이미지와 노골적으로 병치되며 현실감을 거세해 묘사된다. 이러한 비현실적 터치는 사춘기 소녀들의 복잡한 심리와 연결된다. 칼로 손목을 그은 후 실을 빼내는 환상적인 장면부터 명백히 퀴어를 의도한 신이 연이어 등장하며 그 나이대에서 가질 법한 자해 욕구부터 동성애까지 아우른다. 핸드헬드의 거친 촬영으로 이지메를 묘사한 초반부와 이와이 슌지풍으로 구현된 중후반부의 대비는 영화의 판타지성을 배가한다. 사진작가 출신인 에다 유카 감독의 데뷔작이며, 2018년 일본영화비평가대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