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어떤 연인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다룬 멜로영화
2020-01-15
글 : 김현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서서히 타올랐으나 결코 서로의 마음을 뜨거운 채로 탐하게 놔둘 수 없었던 시대, 자신들을 찾아온 사랑의 형태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던 어떤 연인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다룬 멜로영화다. 1770년, 젊은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멜랑)는 밀라노 귀족과 결혼을 앞둔 여인 엘로이즈(아델 에넬)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백작 부인의 의뢰를 받고 엘로이즈가 머무는 외딴섬의 영지에서 며칠간 머물게 된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가 초상화 그리는 걸 싫어한다는 이유 때문에 화가라는 신분을 숨기고 접근한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이목구비를 눈에 담기 위해 매일 산책에 동행하면서 그녀가 지닌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친분도 쌓는다. 어쨌든 그녀는 엘로이즈의 결혼을 종용하는 도구로 사용될 초상화 완성에 매진해야 한다. 영화는 화가로서 그저 피사체를 관찰하듯 시작된 마리안느의 냉정한 시선이 점점 엘로이즈라는 인물의 외모만이 아닌 내면으로까지 파고들면서 벌어지는 불가해한 화학작용을 시적으로 묘사한다. 실제 편집이나 음악의 쓰임새가 때로 호러영화의 어떤 순간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이는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마음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방식 중 하나다. 두 배우 노에미 멜랑과 아델 에넬의 깊고 그윽한 표정을 내밀하게 관찰하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올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과 퀴어종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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