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조조 래빗> 격동의 역사를 소년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2020-02-05
글 : 박정원 (영화평론가)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든 1940년대 독일, 엄마 로지(스칼렛 요한슨)와 단둘이 살고 있는 10살 소년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독일 소년단에 입단한다. 상상 속 친구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의 응원에 힘입어 소년단 생활을 시작한 조조는 나약한 모습으로 단원 사이에서 놀림거리가 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조조는 수류탄 사고까지 일으키며 얼굴과 다리에 부상을 입는다. 그렇게 ‘히틀러의 멋진 경호원’이 되겠다는 부푼 꿈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때쯤, 조조는 자신의 집 벽장 안에 숨어 지내던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매켄지)와 마주치게 된다. “유대인은 괴물”이라는 세뇌를 당해온 조조는 상상과는 다른 엘사의 존재에 혼란을 느낀다. 그 와중에 수상한 낌새를 느낀 게슈타포가 조조의 집을 기습 방문한다.

<토르: 라그나로크>의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타이카 와이티티가 감독, 각본, 제작, 주연을 맡았다.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격동의 역사를 ‘히틀러 유겐트’라는 소재를 통해 소년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소년 조조의 눈으로 바라본 히틀러, 나치 독일, 유대인, 전쟁 등의 키워드는 영화에서 일견 코믹하면서도 섬뜩하게 묘사된다. 폴리네시아계 유대인인 감독이 직접 히틀러 역을 맡아 풍자적 뉘앙스를 강화했고, 스칼렛 요한슨, 샘 록웰, 스티븐 머천트 등의 배우들이 영화에 균형과 안정감을 더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인 아역배우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도 조조 역할에 썩 어울린다. 다만 유머와 풍자와 감동이 얼기설기 뒤섞인 서사는 종종 영화적 탄력을 잃은 느낌을 준다. 결과적으로 밀도 높은 영화는 아니지만 생각할 거리는 남긴다.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크리스틴 뢰넨스의 장편소설 <갇힌 하늘>을 원작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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