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정직한 후보> 어느 날 갑자기 주상숙이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다
2020-02-12
글 : 김성훈

정치 구력이 3선이라 요령이 몸에 뱄다.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은 국민 앞에선 서민의 일꾼을 자처하고, 청렴결백의 이미지를 내세운다. 가톨릭 신자를 만나면 성호를 긋고, 불교인을 만나면 재빨리 손목에 염주를 찬다. 하지만 거짓말이 습관인 그의 속내는, 서민이 자신의 일꾼이라는 것이다. 이중생활을 불사하는 것도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이다. 주상숙과 그의 가족은 서민 아파트와 고급 빌라에 두집 살림을 차려 시민들에게 보여주기식 정치를 한다. 평소에는 명품 옷과 구두를 착용하다가 선거유세를 하러 나갈 때는 저렴한 신발로 갈아신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주상숙이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그의 선거 사무실은 발칵 뒤집어지고, 유세 전략에 비상등이 켜진다.

<정직한 후보>는 주상숙이 거짓말을 앞세워 이미지 정치를 하는 전반부와 주상숙의 입에서 거짓말이 나오지 않으면서 소동이 벌어지는 후반부로 구성된 코미디영화다. 전반부는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의 위선을 꼬집으며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 후반부는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한 설명을 할 순 없지만 주상숙이 자신의 속내를 여과 없이 내뱉으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주상숙이 정치권에 입성하기 전 순수했던 시절을 환기시킨다. 주상숙을 연기한 라미란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며 팔색조 매력을 펼쳐낸다. 주상숙의 보좌관과 주상숙의 남편을 각각 맡은 김무열과 윤경호는 라미란이 던지는 액션을 순발력 있게 받아낸다. 이 밖에도 나문희, 송영창 등 노련한 배우들이 서사에 무게를 더한다. 치밀하게 계산된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어 시종일관 잔재미를 유발하는 매력은 있지만, 정치인들간의 폭로전으로 치닫는 후반부는 다소 산만해 아쉽다. 브라질영화 <O Candidato Honesto>를 원작으로 해 남자주인공을 여성으로 각색했다. <김종욱 찾기>(2010), <부라더>(2017)를 연출한 장유정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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