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작은 아씨들] 그레타 거윅 감독과 주연배우 시얼샤 로넌·플로렌스 퓨·루이 가렐 인터뷰, ““캐릭터들간의 우열을 가리지 않고자 했다”
2020-03-12
글 : 최현정 (파리 통신원)

2019년 12월 중순, 미국 첫 개봉을 앞두고 마련된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 나타난 배우들은 하나같이 작품에 대한 기대로 유쾌하게 들떠 있었다. 다만 그레타 거윅 감독은 유난히 지친 모습이었다. 그녀는 (<레이디 버드>로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2018년 오스카 시상식장을 떠난 직후 이미 초안을 써두었던 <작은 아씨들>을 위해 쉬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했다.

●그레타 거윅 감독 인터뷰

-왜 이 작품을 그렇게도 간절히 하고 싶었나.

=나는 이 책과 함께 자랐고, 너무 좋아했다. 성인이 돼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이 이야기가 얼마만큼 현대사회의 시급하고 모던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를 깨닫고 충격받았다. 오늘날 여성으로서 내가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해 나누고 있는 대화들이 바로 거기에 다 들어 있었다. 야망, 여성, 예술, 돈, 장사…. 이 이야기는 오래된 19세기 시대극 상황이 아니라 바로 오늘의 이야기다. 세상에서 허락하는 것보다 더 멀리 가고자 꿈꾸는 여성들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가 남성들을 위한 영화라고도 생각하나.

=내가 루이자 메이 올콧의 소설을 좋아하는 건 배타적인 페미니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좋은 여성, 좋은 남성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남성들이 어떻게 여성들이 그녀들의 목적과 임무를 잘 이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반대로 여성들도 남성들을 도와준다. 이 이야기는 남녀 관계의 위계질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위계질서를 없애나가는 이야기다. 이 점이 훨씬 더 흥미롭고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조를 제외한 다른 자매들의 캐릭터는 어떠한가.

=내가 가장 많이 고민을 한 요소 중 하나는, 캐릭터 한명 한명 우열을 가리지 않고 아주 진지하게 다루고 싶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원작에서 에이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위대해질 수 없다면 아무것도 되기 싫다.” 이건 정말 자신의 일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나는 그녀들이 각자가 원하는 예술 분야의 천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9세기에 네명의 예술 천재 소녀들이 도대체 뭘 할 수 있었겠나? 그녀들은 갈 데도 없고, 수단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들은 주어진 선에서 자신들의 삶을 찾아 나갔던 거다. 이건 교훈적이거나 설명하고자 하는 페미니즘, 또는 당시 여성들에 대한 클리셰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 각자의 삶을 보충해나가는 모습을 솔직히 그려낸 영화다.

●배우 시얼샤 로넌 인터뷰, “그레타는 내 가장 훌륭한 면을 끌어낸다”

-조 역할이 아니면 다른 역할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데 사실인가. 사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이기적인 처사였다. 사실 난 이제까지 이렇게 행동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이상하리만큼 나는 이 역할을 할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감독과 의견은 잘 맞았나.

=<레이디 버드>와는 반대로 조는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는 캐릭터였다. 둘 다 조에 대한 의견이 있었고, 각자가 느끼는 감정이 있었다. 우리는 조 캐릭터에 대해서는 거의 본능적으로 동의했다. 한 가지, 그레타가 조에 대해 했던 재미있는 지적은, 그녀는 자매들과 있을 때는 정말 대장같이 행동하지만 집을 떠나면 수줍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였다. 뉴욕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고. 이건 내가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점이다.

-그레타 거윅과 함께 일하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녀는 나에게서 가장 훌륭한 면을 끌어낸다.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둘 사이에는 서로만 이해하는 비밀의 언어 같은 것이 있다. 우리는 무언가가 잘못되거나 잘되었을 때 이것을 똑같이 느낀다.

●배우 플로렌스 퓨 인터뷰, “나는 사람들이 싫어할 법한 캐릭터에 관심이 있다”

-에이미는 원작과 비교해 가장 많이 변화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내가 하는 모든 대사는 책에도 나오는 것들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주 오랫동안 그녀는 모두에게 적처럼 비쳐졌다는 거다. 그레타와 함께 에이미에 대해 얘기할 때 그녀는 이 캐릭터에게 좀더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이미는 조만큼이나 야망이 있는 캐릭터고, 그녀는 조만큼이나 성공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녀는 조와는 달리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 당시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이고 명백한 선택, 즉 결혼을 잘하는 것만이 모든 자매들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레타는 에이미를 통해 이런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에이미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은.

=나는 언제나 사람들이 싫어할 법한 캐릭터에 관심이 있다. 에이미는 어린아이처럼 상당히 감정적이고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그녀가 간절히 원했던 건 가족 전체의 안정적인 삶이었다. 에이미 마치를 관객이 재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갖게 되어 너무 기쁘다.

●배우 루이 가렐 인터뷰, “여성감독과의 영화는 내게 자연스러운 일”

<작은 아씨들>

-여성감독과 일하는 건 어땠나? 왜 그레타 거윅 감독과 작업하기로 결심했나.

=사실 첫 질문이 좀 놀랍다. 어머니가 감독이었기 때문에 나는 5살 때부터 어머니가 남자배우들을 지도하는 것을 봤다. 그러니 여성감독과의 작업은 나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레타와 일하기로 결심한 건 작품을 위해 준비한 사진과 자료 등을 보여주며 나에게 설명하는 그녀를 보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정말 애정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것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로 중요한 요소이다. 그 순간 바로 그녀에게 함께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작업해보니 어떤가.

=<작은 아씨들>은 그녀의 두 번째 연출작이지만 상당히 규모가 크고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 작품이다. 수많은 엑스트라, 의상, 세팅, 스탭들을 지휘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을 텐데 그레타는 이 모든 것을 놀랍도록 가볍게 소화해냈다. 또 자신을 위해 연기를 하고싶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감독들이 있는데, 그레타가 그랬다. 그녀는 정말이지 너무 쿨해서 질투가 날 정도였다.

사진 소니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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