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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대로 말하라>, 범죄수사물의 변화
2020-02-18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연쇄살인범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남자 형사가 오열하는 이야기. 깊은 무기력에 빠져 있던 그들을 일으키기 위해서 또 다른 여성 피해자가 줄줄이 죽어나가는 드라마의 제목을 십수편은 댈 수 있다. 여성의 사체를 다양하게 전시하고 훼손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이야기인지 묻고 싶었고,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의 여성 신체에 대한 도착증을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쪽 장르도 반복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변주되는 지점이 보인다.

OCN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는 약혼자를 잃은 천재 프로파일러 오현재 역의 장혁, 몸을 잘 쓰고 절권도를 구사하는 그를 전동 휠체어에 고정시켰다. 대신, 현장을 뛰는 것은 본 것을 사진처럼 저장해 기억하는 픽처링 능력을 지닌 시골 순경 차수영(최수영)이다. 앞서 오현재의 능력을 발견하고 성장시켰던 광역수사대 팀장 황하영(진서연)이 차수영을 알아보고 광수대로 차출했다. 극중 잔혹한 장면은 끊이지 않지만, 징벌의 의미로 전시되는 사체는 주로 남성이다. 여성 피해자는 블러 처리되거나 화면상으로 성별을 구분하기 어렵고, 또 차수영이 현장에 개입하며 죽음 직전에 구해진다.

보여주는 대로 말하자면, 대단히 혁신적인 드라마라 평하긴 일러도 여성 사체 이미지의 착취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드라마라는 확신은 있다. 눈동자를 희번덕거리고 치아를 드러내는 웃음으로 짜증과 불쾌를 유발하는 양식화된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여럿이라, 그들끼리 현시욕과 질투로 죽고 죽이는 장면으로도 이야기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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