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1917> 샘 멘데스의 여덟 번째 장편영화이자 5년 만의 신작
2020-02-19
글 : 송경원

1917년 4월 6일, 서부전선의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조지 매케이)와 블레이크(딘 찰스 채프먼)는 중요한 명령을 하달받는다.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데본셔 연대의 메켄지 중령(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라는 것이다. 블레이크는 데본셔 연대에 있는 형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임무를 수행한다. 동료인 스코필드는 처음엔 당황스러워하지만 이내 1600명의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여정에 동참한다. 샘 멘데스의 여덟 번째 장편영화이자 5년 만의 신작 <1917>은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다. 감독의 할아버지가 직접 겪고 들은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만큼 샘 멘데스가 처음으로 각본에 참여했다. 영화 전체를 원숏으로 보이도록 만든 이 영화는 영화 형식이 시도할 수 있는 스타일의 극한까지 도달한다. 전장 한복판에 던져진 인물을 따라가는 카메라는 인물 주위를 360도 회전하며 전장 곳곳을 훑고 물리적으로 연결시킨다. 실제로는 원신 원컷 영화는 아니고 여러 가지 기교와 기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전쟁이란 상황 한복판에 관객을 동참시키고자 하는 목표만큼은 분명하게 달성한다. 전쟁의 한순간을 물리적으로 잘라내 고스란히 재현한, 문자 그대로 체험의 영화다. 목격하면서도 믿기 힘든 시각적 쾌감을 제공하는 <1917>의 진짜 주인공은 사실 인물이라기보다는 카메라다. 그 꼼꼼함과 완성도는 로저 디킨스의 유려한 롱테이크 그 자체가 영화의 목적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반면 같은 이유로 주제나 서사적인 측면에서 다소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약간 과장하자면 서사와 이야기를 위한 카메라가 아니라 카메라를 위한 서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영화가 시도할 수 있는 한 가지 정점에 도달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향믹싱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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