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될 줄은 몰랐다. 1243호 ‘<기생충> 스페셜 에디션’을 발간한 뒤, <씨네21>의 일주일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발간 하루 만에 온라인 판매분이 전량 매진되는 한편, 회사에는 스페셜 에디션의 구입처와 재고를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일주일 새 윤전기를 두번 더 돌리는 ‘사건’도 일어났다. 잡지 포장과 발송 지옥에 갇힌 마케팅 담당자들의 다크서클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안타까웠지만, 각종 웹사이트와 SNS에 독자들이 올린 구매 인증숏과 후기를 보며 잡지를 제작한 구성원들 모두가 즐겁고 뿌듯한 마음으로 한주를 보냈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다.
1243호의 인기에 힘입어 <기생충> 국내 개봉 당시 <씨네21>이 발간했던 과월호를 찾는 독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면을 빌려 한 가지 ‘팁’을 드리고자 한다. ‘<기생충> 스페셜 에디션’과 더불어 <기생충>의 여섯 배우가 표지를 장식한 1206호, <기생충>의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 직후 첫 반응과 봉준호 감독 인터뷰를 담은 1207호, 평론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기생충> 이야기를 전한 1210호,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와 이정은 배우를 만난 1211호, 해외 평론가들의 비평을 소개한 1212호, 2019년 연말 베스트 특집에서 ‘올해의 영화’로 <기생충>이 선정된 사연을 실은 1236호까지가 <씨네21>이 제작한 ‘<기생충> 드래곤볼’의 완성이다. 안타깝게도 황금종려상을 든 봉준호 감독이 표지모델인 1208호, <기생충> 주요 스탭들의 제작기를 소개한 1209호, 봉준호 감독 별책 부록은 재고마저 모두 소진된 상황이라고 하니 과월호가 궁금한 독자들은 <씨네21> 스마트스토어(cine21store.com)를 방문하길 권한다.
‘<기생충> 스페셜 에디션’의 흥행을 경험하며 영화 전문지로서, 인쇄 매체로서 <씨네21>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한층 더 깊어졌다. 더이상 긴 글이 소비되지 않는 시대라고들 하지만, 발품을 팔아 오랫동안 공을 들여야 하는 기사와 깊이 있는 평론을 읽길 원하는 독자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고 느꼈다. 또 인터넷상에 분절된 형식으로 게재된 기사를 통해서는 결코 체감할 수 없는, 종이 매체의 아날로그적인 촉감을 즐기며 보다 느긋한 호흡으로 편집진의 안내에 따라 이미지와 텍스트를 기꺼이 즐길 준비가 된 독자들이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한다는 점도 새삼 뭉클하게 다가왔다. 오롯이 인쇄 매체만으로 존재하는 건 불가능한 시대가 왔고 <씨네21> 또한 뉴미디어 플랫폼에서의 매체력을 확장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기획을 구상하는 중이다. 하지만 변화만큼이나 중요한 건 영화 전문지로서 <씨네21>이 가장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의 방식으로 구현하려는 노력에 있을 것이다. 1243호에 쏟아진 뜨거운 관심은 그런 마음을 잃지 말라고, 언제 어디서나 지켜보고 있다고 전하는 눈 밝은 독자들의 메시지라 생각하며 마음을 단단히 다잡아본다. 앞으로 더 흥미진진한 <씨네21>을 만들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 또한 응원과 생산적인 비판을 아끼지 말아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