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한미연 편집감독 - 퍼즐 조합하기
2020-02-24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돈 가방에서 시작해 돈 가방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연희(전도연), 태영(정우성), 중만(배성우) 등 삶의 막다른 길에 내몰린 이들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돈 가방은 인생을 리셋할 수 있는 기회다. 한두 인물이 서사를 기승전결식으로 이끌어가는 보통의 상업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차례로 나타나 서사의 퍼즐을 꿰맞추며 전개된다. 한미연 편집감독이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재미있으면서도 어렵다”고 생각한 이유도 그래서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시나리오가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인물들을 동등하게 끌고 가야 퍼즐이 조립되는 이야기”기에 “관객의 흥미를 붙잡기 위해 이야기 초반 30, 40분을 잘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6개 챕터로 나눈 이유다. “주요 등장인물들끼리 만나지 않다보니 이야기를 설정하는 초반이 지루하다는 의견도 있어 챕터별로 나눠 각각의 챕터 안에서 기승전결을 구성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덕분에 각각의 챕터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퍼즐이 맞춰졌을 때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한 한미연 편집감독은 “연출에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잠깐 다른 길로 샜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에 들어가 편집을 전공”했다. 양진모 편집감독과 인연을 맺은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였다. 양진모 편집감독이 현장편집과 시각특수효과(VFX) 편집을 맡았던 <설국열차>에서 그는 현장편집 어시스턴트를 맡았다. “<설국열차>는 필름 작업이라 후반작업이 꽤 복잡했다. 양 감독님과 함께 색보정, 스캔 작업을 맡았다.” 양진모 편집감독과 함께 편집한 <대배우>로 데뷔한 뒤, 그는 ‘양진모 편집실’에 합류해 <옥자> <기생충>에서 현장편집을 연달아 작업했다. 좋은 편집에 대한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좋은 편집은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한다. 관객이 이야기에 몰입해야한다. 그 점에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를 좋아한다. 특히 마크 저커버그가 그의 여자친구와 속사포처럼 대화를 주고받은 오프닝 시퀀스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밖에 없는데도 리듬감과 편집이 완벽하다.” 그의 다음 작품은 유아인, 유재명이 출연하는 영화 <소리도 없이>다. 한 편집감독이 또 어떤 편집 마술을 부렸을지 궁금하다.

캐릭터 피규어

“현장편집할 때를 제외하면 작업 시간 대부분을 어두컴컴한 편집실에서 보낸다. 책상 한쪽에 모아둔 귀여운 캐릭터들을 보면서 머리를 환기시킨다.”

2020 <소리도 없이> 편집 2020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편집 2019 <기생충> 현장편집 2018 <인랑> 현장편집 2017 <여배우는 오늘도> 편집 2017 <옥자> 현장편집 2017 <석조저택 살인사건> 편집 2015 <럭키> 편집 2015 <대배우> 편집 2013 <설국열차> 현장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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