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2009년 임일진 감독, 김형일 대장과 그의 일행이 떠난 히말라야 원정으로부터 시작된다. 각자의 필드 내에서 무명이라는 공통된 고민을 가진 두 사람은 히말라야를 등반한 후 유명세를 얻길 꿈꾼다. 마침내 산의 정상에 오른 후 그들에 관한 소식이 뉴스에 방영되는 등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나 그것도 잠시, 이들은 다시 잊힌다. 히말라야를 등반했다는 성취감도 오래가지 않고 공허함만이 남았다. 그들은 다른등반가가 도전하지 않은 새로운 코스를 목표로 다시 한번 히말라야로 떠난다.
<알피니스트: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은 고 임일진 감독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참여한 4차례의 히말라야 원정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임일진 감독이 2018년 히말라야 원정 도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영화는 그의 마지막 인터뷰를 중심으로 김민철 감독에 의해 재구성되었다. 다큐멘터리의 본래 목적은 지상파방송에 송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료들이 주검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목도한 후로, 감독은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던 산악인들의 이면을 영화로 제작하기로 결정한다. 그렇기에 영화는 성공담을 미화하기보다는 산악인들이 실제 얼마나 부담감을 갖고 힘들게 산을 오르는지 가감 없이 담아낸다. 앙각으로 촬영된 산들도 아름답기보단 인간을 압도하는 두려운 존재로 다가온다.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자기 임무에 충실했던 동료들처럼, 기록자로서의 임무를 다하겠다는 임일진 감독의 다짐이 영화 곳곳에 서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