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언젠가 만들 수밖에 없는 영화가 있다. 김지훈 프로듀서에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그런 작품이다. 시나리오와의 첫 만남으로부터 1년 전, 제작사에서 자체적으로 소네 게이스케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고자 검토했으나 복잡한 플롯에 단념했던 그는 김용훈 감독이 쓴 각본을 읽고 “1초의 고민도 없이” 이 영화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독특한 구조와 다양한 캐릭터를 업고 맛깔나게 펼쳐지는” 이야기의 매력은 살리되 한국적 정서에 맞게 인물을 다듬고, 평택이라는 항구도시를 주 무대로 삼은 각색이 마음을 사로잡은 것. 프로듀서로서 주력한 부분 역시 로케이션 헌팅이다. “건조한 분위기의 배경에서 도리어 인물의 색깔이 살길” 원한 김지훈 프로듀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에서만큼은 평소 좋아하던 스탠리 큐브릭과 웨스 앤더슨의 비현실적 이미지가 아닌 실제적인 미장센을 추구하겠다”는 판단 아래 전국을 돌아다녔고 세트에도 공을 들였다. “예산 규모 때문에 미술감독과 줄다리기를 많이 했지만 결국 미술에 올인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는 그는 세트로 제작된 중만(배성우)과 순자(윤여정) 모자의 횟집, 미란(신현빈)의 아파트 내부를 제일 아끼는 공간으로 꼽았다. “진짜 평택은 30%밖에 등장하지 않는, 우리만의 평택을 만들 수 있었다.”
학창 시절 비디오 대여점 사장님이 가장 먼저 신작을 내어줄 정도로 영화를 즐겼던 그가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에서 인연을 맺은 김태곤 감독의 단편에 제작부로 참여하면서부터다. 이때 처음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만드는 일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는데, “나서서 이끌기 보다 뒤에서 서포트하는 게 성향에 맞다”고 느껴 10년이 넘도록 제작 파트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런 그의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독립영화 제작사 광화문시네마. 그의 프로듀서 데뷔작은 광화문시네마에서 제작한 우문기 감독의 <족구왕>이다. 김지훈 프로듀서를 비롯해 광화문시네마의 멤버인 김태곤, 우문기, 권오광, 이요섭, 전고운 감독은 지금껏 품앗이하듯 서로의 영화에 힘을 보태왔으며 “요즘도 매일 단톡방에서 놀고 있다”고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대한 칭찬과 응원의 댓글들에 기운을 내고 있다는 그는 “관객의 시선과 영화적 시선을 잘 결합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That's it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제작팀원들의 사진
“텀블러, 날씨 앱 등 업무에 필요한 아이템이 많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건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작업을 하며 힘이 되어준 소중한 사람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제작팀원들의 사진을 가져왔다. 현장 안팎에서 눈과 귀, 손과 발이 되어준 안식처 같은 사람들이다.”
필모그래피
2020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프로듀서 2019 <악인전> 기획 프로듀서 2017 <범죄도시> 제작관리 2017 <기억의 밤> 제작관리 2016 <터널> 기획 프로듀서 2014 <슬로우 비디오> 제작실장 2013 <족구왕> 프로듀서 2013 <조난자들> 제작실장 2012 <점쟁이들> 제작실장 2010 <헬로우 고스트> 제작실장 2008 <추격자> 제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