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찬실이는 복도 많지> 실제로 영화 현장에서 프로듀서로 일했던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
2020-03-03
글 : 조현나

영화 프로듀서로 일하던 찬실(강말금)은 함께 작업하던 감독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로 실업자 신세가 된다. 친한 후배 소피(윤승아)는 찬실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말하지만, 찬실은 “일해서 벌어야 한다”며 그의 가정부로 일하기를 자처한다. 그러던 찬실은 소피의 프랑스어 선생님 김영(배유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가 현재 시나리오를 쓰는 단편영화 감독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영과 가까워진다. 제작사 대표는,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 믿으며 찬실의 존재를 무가치하다 여기고, 주인집 할머니(윤여정)도 자기 업무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찬실을 이상하다고 말한다. 찬실은 여전히 영화를 사랑하지만, 인정도 받지 못하고 불러주는 이도 없는 현실 속에서 조금씩 흔들린다. 그즈음 찬실 앞에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남자가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한 가닥의 앞머리를 내린 그는 자신을 장국영(김영민)이라 소개한다.

김초희 감독의 데뷔작인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그가 실제로 영화 현장에서 프로듀서로 일했던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제작진의 회식 신 등, 일부 장면은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자조 섞인 제목에서 드러나듯 감독은 찬실의 현실을 마냥 어둡게만 묘사하지 않으며, 코믹한 요소들을 통해 밝게 영화를 풀어간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인물은 찬실이 창조해낸 장국영 캐릭터다. 어딘가 허술한 그는 찬실 곁을 맴돌며 그가 영화에 대한 애정을 되새기게끔 돕는다. 그간 진지하고 무거운 역을 주로 맡아온 김영민의 변신이 신선하면서도 반갑다. 그외에도 강말금이나 윤여정 등 주연배우들의 개성 강한 연기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감독은 찬실처럼 끝까지 영화를 포기하지 않은 수많은 이들에게 애정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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