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시상식 레이스 후반부에 등장한 <1917>이 <기생충>의 경쟁 상대로 거론되는 동안, 막강한 감독상 후보였던 샘 멘데스만큼이나 조용한 기쁨을 누린 배우가 있었다. 바로 <1917>을 통해 스타로 자리매김한 영국 배우 조지 매케이다. <1917>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4월 6일, 아군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적진을 뚫고 나가야 하는 두 병사 윌 스코필드(조지 매케이)와 톰 블레이크(딘 찰스 채프먼)를 따라가는 영화다. 통신망이 파괴된 상황에서 독일군의 함정을 감지한 장군이 두 전령 병사를 보내 매켄지 중령(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공격 중지를 지시하려는 상황. 젊은 군인들은 자신들의 임무가 1600명의 영국 병사를 살리는 길임을 끊임없이 상기하며 진흙탕을 헤쳐나간다.
총, 칼, 수류탄을 몸에 두르고 대지에서 두려움과 싸우는 동안, 두 병사는 이 명령이 유효한 것인지 의심하고, 시시각각 전쟁의 참혹한 폐해를 목도하며,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절감한다. 이처럼 <1917>은 여러모로 젊은 배우가 외적인 액션과 내면연기를 한곳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거대한 스케일의 화폭이다. 특히 매케이가 연기한 스코필드는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의 인상적인 대구를 수행하며 영국군의 전령뿐 아니라 영화의 주제를 대변하는 메신저로 기능한다. 샘 멘데스 감독이 일찌감치 조지 매케이의 존재감과 듬직한 연기력을 알아본 경우다. 영화는 화면이 끊김없이 전개되는 원 컨티뉴어스 숏 기법으로 화제가 되었는데, 이는 곧 배우의 입장에서 고강도의 전쟁 신을 끊임없는 롱테이크로 소화해야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지 매케이는 미국 <NBC>의 토크쇼 <더 투나이트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등장해 “7분짜리 롱테이크 장면을 6분 정도 찍었을 무렵에 내 어깨에서 총이 떨어지는 순간의 아찔함” 같은 것을 언급하며 당시의 부담감을 회고하기도 했다. 이어서 그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회자되는 스코필드가 질주하는 장면에서 자신이 무참히 넘어지는 모습은 리허설 때는 의도하지 않았던 실수라고 고백했다. 설사 최초의 계획과 다르다 하더라도, 카메라 뒤편에서 감독이 컷을 외치지 않는 이상 롱테이크의 흐름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겨야 하는 경험은 그를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시켰다.
<1917>로 첫 주연을 한 블레이크 역의 배우 딘 찰스 채프먼과 달리 올해 27살인 조지 매케이는 그간 부지런히 20편의 장편영화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학교에서 스카우트되어 11살에 <피터팬>에 조단 역으로 출연하면서 처음 영화계에 입문했다. 10년 후, 성인이 된 매케이를 제대로 알린 작품은 <하우 아이 리브: 내가 사는 이유>와 <선샤인 온 리스>. 매케이는 <하우 아이 리브: 내가 사는 이유>에서 시얼샤 로넌과 함께 핵폭발 상황에서 첫사랑에 빠진 어린 연인을 연기했고, 덱스터 플래처 감독의 <선샤인 온 리스>에서는 뮤지컬을 소화하며 부드럽고 감성적인 역할로 인기를 얻었다. 의문의 적들이 영국을 공격하는 핵폭발 상황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의 서부전선(<1917>)에서도 감독들이 그를 특유의 바르고 성실한 이미지로 묘사한 것이 흥미롭다. 이후 매케이는 <런던 프라이드>에서 커밍아웃을 앞둔 10대 게이를, <캡틴 판타스틱>에서는 숲속에서 살며 비주류의 삶을 지향하는 가족의 모범생 장남을 연기하며 작품을 선택하는 개성 있는 안목을 내보이기도 했다. 에마 아산테 감독의 <웨어 핸즈 터치>에서는 히틀러 유겐트의 10대 멤버로 등장해 <조조 래빗>이 불러일으킨 논란과 엇갈리는 반응을 일찍이 체감한 이력도 있다.
<1917>로 본격적인 스타덤에 오르기 전부터 매케이는 좋은 인터뷰이로 잘 알려져 있었다. 지면과 방송을 가리지 않고 그의 화술에 누구나 호감을 가질 만큼 작품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솔직한 대답을 들려주는 능력을 지녔다. 사회 이슈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내비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다. 앞으로 더욱 커질 영향력과 인지도 속에서 빛을 발할 배우라는 믿음이 드는 이유다. 매케이는 현재 릴리 로즈 뎁과 영화 <울프>를 준비 중이다. 이 작품에서 자신을 늑대라 믿는소년을 연기할 매케이가 또 한번 독특한 컨셉으로 관객의 영화적 지평을 넓혀줄지 기대된다.
영화 2019 <1917> 2018 <오필리아> 2018 <웨어 핸즈 터치> 2017 <더 시크릿 하우스> 2016 <캡틴 판타스틱> 2014 <바이패스> 2014 <런던 프라이드> 2013 <하우 아이 리브: 내가 사는 이유> 2013 <선샤인 온 리스> 2009 <더 보이스 아 백> 2003 <피터팬>